•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오늘, 25명의 태평양시대위원회의 회원들이 떼를 지어 하얼빈으로 갑니다.

    1909년 10월 26일 아침 9시 30분, 대한제국의 의병대장 안중근은, 한국을 침략하고 동양의 평화를 유린하는 원흉 일본인 이또 히로부미가 하얼빈 역두에서 도열한 의장대를 사열한 뒤, 영접코자 거기 나온 사절단의 인사들과 악수하는 바로 그 때, 품속에서 브라우닝 자동권총 한 자루를 꺼내 이또를 향해 세 발을 발사, 명중시켜 우리 겨레의 용서 못할 원수를 쓰러뜨려, 이또는 20분 뒤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안중근은 정몽주, 성삼문, 이순신의 정신을 이어받은 민족의 영웅으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서른 한 살의 젊은 한국인! 그가 그토록 큰일을, 한국을 위하여, 동양을 위하여, 세계를 위하여, 그 엄청난 위업을 성취한 지 꼭 백주년이 되는 2009년 가을의 문턱에서, 그의 용감하고 고귀한 정신이 서리어 있는 하얼빈 역두의 그 자리를 찾아갑니다.

    그 까닭은 “이로운 일이 보이거든 그 일이 옳은 일인가 아닌가 생각해 보고, 아무리 위험한 일일지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면 너의 목숨을 바쳐라”고 가르친 안 의사의 그 정신이 그립기 때문입니다. 목숨이 아까워, 죽어야 할 때 죽지 못하고 오늘까지 살아온 비겁한 우리들, 사죄하는 마음으로, 통곡하는 심정으로, 님의 정신이 그리워 오늘 하얼빈으로 향해 떠납니다.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우리가 모자라서 통일도 못하고, 이 나라의 정치가 이토록 한심합니다. 안 의사의 그 정신만이 우리들의 조국을 살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