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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자유를 선택해 서울대에 왔다"
21세기 최초의 독립국가인 동티모르 정부 임시 대통령의 부인인 재클린 아키노 시아프노(42)씨가 서울대 전임교수로 임용돼 내달부터 강단에 선다. 서울대는 시아프노씨를 이 학교 국제대학원 최초의 외국인 전임교수로 임용했다고 28일 밝혔다.시아프노 교수는 동남아 정치와 여성인권 분야 전문가로, 런던대 아시아·아프리카대학(SOAS)과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호주 멜버른대와 동티모르 국립대 교수를 역임했다. 분리독립 위해 유혈분쟁을 벌인 인도네시아 아체의 여성문제와 동티모르ㆍ아프가니스탄 분쟁 및 재건 과정 등을 연구했으며, 이슬람 여성인권 문제에 밝아 '여성과 이슬람문화 백과사전'(EWIC)의 집필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필리핀 출신인 그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으로 1993년 연구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가 동티모르 독립을 위한 학생 레지스탕스 활동으로 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남편 페르난도 아라우조 동티모르 국회의장을 만났다. 그는 아라우조 의장이 국제앰네스티의 도움으로 조기 석방될 때까지 5년간 서신을 주고받았고, 열애 끝에 동티모르의 독립국가 선포 1년 전인 2001년 결혼식을 올렸다.
그가 임시 대통령 부인이 된 것은 199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호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이 독신인 까닭. 이 나라 법은 대통령 부인이 없을 땐 국회의장 아내가 임시 대통령 부인 역할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아프노 교수는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동티모르를 선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 영접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받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부인이지만 동티모르의 대변자로만 보지 말아달라. 한 나라를 대표하다 보면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기에 학문의 자유를 선택해 서울대에 온 것"이라며 한국의 식민사와 분단문제를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생들을 만나본 그는 "식민화와 분단, 전쟁 등 고통의 역사를 겪은 한국 학생들이 같은 아픔을 겪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인간적 유대감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며 학생들에게 아시아 국가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진지한 자세로 수업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