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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유성진 씨는 지난 3월 30일부터 북한에 억류되어, 경남 고성군 거류면 덕촌 마을에 사는 늙은 부모의 마음을 한 없이 초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136일 만에 풀려나 돌아왔으니 부모의 기쁨은 진정 비길 데가 없을 겁니다. 유 씨는 현대 아산에 소속한 근로자로 개성 공단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반 공화국 책동을 했다”는 죄목 하나 때문에 붙잡혀 있다가 이제야 “석방”이 아닌 “추방”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반 공화국 책동”의 내용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근로자 한 사람이, 북의 인민공화국을 타도하려는 무슨 엄청난 책동을 하였을 리가 없지만, 공연히 트집을 잡고 가두고 괴롭히고 못 살게 구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런 식으로 먼저 흉계를 하나 꾸며 놓고, 까닭 없이 잡혀 있던 사람 하나를 풀어주면서, 마치 크게 선심이라도 베푸는 것처럼 큰 소리 치는 그 위선이 우리들의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미국의 여 기자 두 사람을 구속하고 재판하고 유죄로 몰아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가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찾아간 뒤에야 풀어주는 그 수법과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우리 헌법의 정신대로 하자면, 북한도 다 우리 땅인데, 다만 정치가 잘못되어 2300 만 우리 동포가 헐벗고 굶주려 수없이 죽어 갑니다. 멀쩡한 남한의 일꾼을 넉 달 가까이 억류하여 두었다가 사정하면 풀어주는 어린애 장난 같은 짓을 되풀이합니다. 북의 저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기 전에는 해결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