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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건국대통령이면서, 잊혀졌거나 버림받은 인물입니다. 건국대통령이면서 잊혀졌거나 버림받은 인물은 세계사적으로 이승만이 유일할 것입니다. 한국사람들은 나라를 세우는 일을 모래성을 쌓는 것처럼 쉬운 일인 줄로 아는 듯합니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들이 누려왔고, 이를 역사에 도입한 것이 자신들인 줄로 착각하고 있는 듯합니다.이승만을 독재자라 하면서, 잊고 버린 것을 보면 대체로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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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만 초대 대통령
하지만. 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한국사회에 도입한 최초의 인물이 이승만인 것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이승만이 자유민주주의를 배반했다고 비난하며 잊었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잘 아는 건 이승만이고 한국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실상은 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일본인이 모방을 잘한다고 소문나 있지만, 우리 한국인에 비하면 소문이 무색하다 하는 게 옳다 할 것입니다. 일본인은 모방을 잘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모방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를 거부하지는 않는 반면, 한국인은 모방하면서도 자신이 모방했다는 사실을 잊거나 거부하고, 이를 자신이 진작부터 알고 있었거나 고안해 낸 것 같은, 스스로 생성해낸 것 같은 인지상의 착각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일본인에 못지않은 모방의 대가이지만, 이런 사정으로 연유하여 한국인은 모방을 잘 못하거나 안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지요. 김지하의 '민주주의여 만세'이던가요, 그 운동권 시를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하지만 가슴 속 기억은..'이렇게 민주주의를 불러내고 있는데요, 머리는 잊었지만 가슴이 기억한다는 것은 깊은 과거와 전통을 지닌 것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과거의 깊은 사랑 과거의 깊은 추억 없이 어떻게 가슴이 먼저 알고 가슴이 뛰고, 기억할 수 있단 말인가요.
김지하의 민주주의는 가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그런 깊은 과거를 우리 한국인은 지니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더우기 당시라면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낯선 그 무엇이 민주주의였을 가능성이 높은 일인 것입니다. 김지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거짓말이라고 하기 보다는 한국인의 집단사고, 집단정서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모방된 것이어서 가슴으로 먼저 기억하고 사랑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리 느끼는 것은 민주주의가 애초에 한국사회에 있었고 이를 역사에 도입한 게 한국 자신이라는, 모방에 대한 한국인의 인지구조의 착각에 동참한 까닭에 벌어진 거짓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왜 건국대통령인 이승만이 잊혀지고 버려졌는지가 대강은 이해가 됩니다. 민주주의의 내재성 때문이라는 것입니다.흔히 이승만과 관련하여서는 '독재자'라는 블랙네임이 따라다니는데, 이승만의 이 블랙네임이 민주주의의 내재성과 깊은 연관을 지닙니다. 독재자가 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이라는 사전 전제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당시 이승만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이라는 사전전제가 존재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역사와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니며, 게다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한국사회에 최초로 도입한 게 이승만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이승만이 독재를 했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한국사회에 정착시키고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독재를 했다는 얘기가 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하여 독재를 한다는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승만에 덧씌어진 독재자라는 블랙네임은 분명 과잉이라는 생각입니다.
탁월한 모방의 기술을 지니고 있고 이를 자기것화하는 데에 빠른 시일내에 가능하다는 것은 진정으로 훌륭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방품을 자신이 발명했거나 고안해낸 것 같은 인지구조의 착각까지 시도할 필요는 없는 일입니다. 그건 모방의 과잉이며 바람직하지도 않은 태도라 할 것입니다.
이승만과 관련해서 우리 한국인은 자신의 탁월한 모방의 기술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반성해 볼 필요가 있는 일입니다. 건국대통령을 이렇게 잊은 채 역사의 시궁창에 방치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고, 몹시 부끄러운 일이라는 사정을. 건국대통령에 대한 올바른 자리매김이 지금이라도 아주, 꼭, 필요한 일입니다.* 뉴데일리 시민논설위원 '자유야'님의 칼럼입니다. 외부필진 및 시민논설위원의 글은 뉴데일리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