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순자 경주대 총장
8월 7일자 A1면 사진을 보는 순간,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시린 무릎을 꿇은 채 읍소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 앞에 군림하듯 앉아있는 자들은 누구인가. 뒷모습으로 보아 아직 젊은 대한민국의 여성들이자 분명 한 가정을 따뜻하게 책임져야 할 주부이고, 어머니일 텐데…. 그들의 절절한 심경이 지면을 통해 피부로 와 닿았다.
10여년 전 IMF 외환위기를 겨우 벗어나는가 했더니 미국발 금융위기로 한국 경제가 또 한번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모든 경제위기가 그러하듯, 이번에도 서민과 중산층이 가장 먼저 그 파편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이들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이자 여성들은 또다시 숨을 죽이며 국가가 이 고비를 무난히 넘겨 가정이 무사하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세계적 경제 위기로 도산과 구조조정은 불가항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가슴 아프더라도 가능하면 서민과 중산층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경제 체질을 강하게 하고 산업구조도 탈바꿈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 경제 위기에서 노사갈등은 항상 발생할 수 있지만 함께 머리를 맞대면 해결할 수 있고, 원칙에 따라 노사관계도 진화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문제와 쌍용차 사태의 해결을 위한 진상규명은 차치하더라도, 왜 우리 젊은 여성들이 정치인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될까. 울며 애원하는 여성들 앞에서 정치인이 무슨 권리와 누구를 위한 명분으로 버티고 앉아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정치인들은 스스로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지 않는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라고. 특히 생명창조의 근원이자 가녀린 여성의 읍소에 일어나서 최소한의 예의와 신사다움, 머슴으로서 본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여유는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필자도 미흡하지만 국회의원 부인으로서 20년을 보냈고, 국회의원 후보로 직접 나선 경험도 있다. 그렇기에 이 해괴한 장면을 보면서 안쓰러움과 부끄러움이 더했다.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은 결단코 국민, 더욱이 여성 앞에서 그런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소신이다. 젊고 여린 여성들이 20여분 동안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지만 듣는 척, 마는 척 눈감고 있는 모습에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이런 참담한 모습이 벌어지기 전에 애당초 이런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됐다. 또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 특히 여성들 앞에 군림할 수 있는 정치인은 존재할 수 없다. 부디 한국 정치와 정치인이 그들에게 더 이상의 슬픔은 주지 말기를 바라며, 그들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는 참국회의원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