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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지난 10일 김영삼 씨가 김대중 씨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으로 병문안 한 사실을 신문마다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14대 대통령이, 중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이는 15대 대통령을 병원으로 찾아가 문한 하는 일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닌데, “YS가 DJ와 화해했다”는 헤드라인이 문제인 것입니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한 중환자가, 어떤 개인에게 큰 상처를 준 것을 평생토록 가슴 아프게 여겨오다가, 죽기 직전에 “고해성사”를 하듯, 잘못을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있었다는 두 사람의 화해가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화해는 아니지 않습니까. 몸이 성한 사람이 몸이 병든 사람을 찾아갔는데, 환자의 병세가 화해를 청할만한 상태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벌어졌다는 “화해”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김영삼 대통령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데, 김대중 씨를 찾아가서 그가 죽기 전에 사과할 일이 과연 있습니까. 사과를 하기 전에는, 사과를 받기 전에는 “화해”가 성립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나라의 큰일을 맡았던 사람들이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 버리면 도대체 국민은 무슨 꼴이 됩니까.
두 사람의 불화가 이념상의 문제가 아니었단 말입니까. 단순한 감정상의 문제였단 말입니까. 김대중 씨의 “반미·친북”노선을 반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고수하려던 김영삼 씨는 상대방에게 무슨 사과를 하고 “화해”를 청한 것인지 우리들에게 좀 알려주셔요. 값싼 감상주의는 조국의 앞날을 어지럽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