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북한 노동당의 비서를 지낸 황장엽 선생이 대한민국의 땅을 밟은 지도 어언 십 수 년이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감동한 사람이 어찌 이 사람 뿐이었겠습니까. 정말 거국적으로 환영하고, 그의 결단력과 용기를 높이 평가함이 마땅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이 그이 자신 뿐 아니라 그의 가족을 생각할 때 엄청난 모험이었고 북의 체재와 김정일의 사람됨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로서는 평화적 남북통일의 지름길이 있음을 확신하고 대한민국을 찾는 용단을 내린 것이니 이는 단순한 탈북이나 월남이 아니었습니다. 망명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다만 조국 통일의 위업에 자기 자신을 희생의 제물로 바치고자 하는 일편단심만을 가지고 어느 수준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살아서 숨 쉬는 대한민국을 찾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래서 솔직하게 “대한민국이 나의 조국”이라고 자기의 입장을 밝히고, 김정일의 학정에 시달리는 북의 2300만 동포의 조국도 또한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다는 확실한 논리를 펴는 동시에 통일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셈입니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반미·친북 정권은 황 선생을 눈의 가시처럼 여기고 “신변보호”라는 미명하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감시하여 그에게는 전혀 행동의 자유가 없었습니다. 무장한 남파간첩들이나 이들에게 포섭된 하수인에게 맞아 죽어도 좋으니 제발 자유롭게 활동하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당국자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북에 두고 온 처자들을 다 희생시키면서 겨레의 통일만을 위하여 대한민국에 몸을 맡긴 황장엽 선생은 또 다시 실의와 역경의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는 굽히지 않고 그 길을, 그 길만을 걸어왔습니다.

    최근에 한 유력한 일간지가 황 선생의 신문사 방문과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게재하였습니다. “북의 무력시위 상대하지 말고 북의 정치 사상 경제를 고립시켜야 한다”는 그의 평소의 지론에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신문사 내의 학습모임인 “남북한 포럼” 소속 기자들에게 1시간 반에 걸쳐 강연을 하는 가운데, 친북좌파가 온 국민을 청맹과니를 만들었는데 어찌하여 민주언론은 반격을 못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한탄하였습니다.

    황 선생에 관한 기사가 큰 신문에 이렇게 크게 실린 것을 보고 나는 처음 정권교체가 진정 이루어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는 줄곧 소외되어 “이럴 수가”라고 부르짖으며, 뜻 있는 이들이 분개했었는데 이제부터 황 선생은 이 나라 정치의 주류에 우뚝 섰습니다. 조국 통일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애국자의 애국심이 이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