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영동 국가보안기술연구소장 
    ▲ 손영동 국가보안기술연구소장 

    경찰이 지난달 하순 청와대·국방부·조선일보 등 주요 기관의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분산서비스거부(DDoS· 디도스) 공격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이버 테러는 한동안 우리 사회를 충격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발생 일주일 만에 국민과 언론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더니 이제는 아예 신문 지면에서 관련 기사가 사라져버렸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며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야단법석을 떨던 언론들이 중간 수사결과 발표 보도는 아주 조그맣게 다루고 지나갔다. 사이버 테러는 물론 사이버전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던 언론도 정부도 후속 보도나 조치 없이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다.

    사이버 테러와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미 전문가들은 '사이버 냉전(Cyber Cold-War)' 시대를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그 중심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지역적인 위치와 중국·러시아·북한의 사이버 전력 증강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가장 능동적이고 공세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미국은 사이버 해킹을 국가안보의 제1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이버 전쟁에 대비한 가상훈련(암호명 사이버 스톰·Cyber Storm)도 실시한 바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주관하는 이 훈련에는 미국 내 100여개 정부기관과 400개 민간기업 외에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부가 참여했다. 훈련 내용은 사이버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이 얼마나 신속히 공조체제를 가동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지금의 사이버 공격은 이번 디도스 공격에서 나타났듯이 세계 각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격 주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개별 국가만의 대처로는 효율적으로 방어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우방국들과의 사이버 공조 훈련을 통한 대응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람과 기술을 키우는 일이다. 사이버 공격이란 가장 앞선 기술로 뒤처진 기술의 허점을 찾아내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신 기술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최신 기술을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람 간의 정보공유와 협력에 대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무차별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사이버 공격에 전문가 한 사람만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간 협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지식과 국제적인 업무 수행 역량을 함께 갖춘 인재도 필요하다. 사이버 테러와 전쟁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정부 부처나 연구소 및 학계는 이러한 사람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여 전략을 마련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