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노무현의 자살로 “노사모”의 열기가 아직 뜨겁던 때 어느 케이블 TV에서 대담을 한다기에 갔습니다. 나는 사회하는 사람과 둘이서 진행하는 프로인 줄 알았더니, 내 눈에는 젊게 보이는 젊은 친구 두 사람과, 무엇 때문에 출연했는지 알 수도 없는, 해괴한 옷차림의 한 젊은 여성까지 등장하여 사회자를 포함, 내게 준비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모두 넷이나 되었습니다.

    82세의 노인 하나를 링 위에 올려놓고 젊은 놈들이 사정없이 치는 겁니다. 옛날 고리짝 이야기까지 들추어내면서, 멋모르고 그 자리에 나온 늙은이 하나를 계속 때립니다. 그런데, 그자들이 모르는 사실 하나는 백절불굴의 노장이 그 정도의 펀치에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막아냈습니다. 어느 펀치 하나도 막아내지 못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 정도는 문제도 안 된다고 느꼈습니다. 누가 이겼는지는 심판인 시청자가 판단할 일이라고 하지만 링에 올라가서 한 판 승부를 벌렸던 참전자들이 관전자들보다 더 잘 알게 되어있습니다.

    그 뒤에 여러 신문사들에서 청탁이 왔습니다. “노사모나 그 밖의 비판세력과 대담을 하실 용의가 있습니까.” 매번 나는 기꺼이 대담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한 번도 신문사를 위한 대담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나와 대담을 하겠다는 거물급 노사모도, 거물급 김사모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겁한 자여, 갈테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기 아닌 태극기를 지킨다.” 만나면 할 말이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