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 
    ▲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 

    연일 쌍용자동차 사태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8월 5일자 1면에도 '경찰, 쌍용차 노조 진압작전…곳곳 충돌'이란 기사가 실렸다. 쌍용차를 비롯해 답답하게 얽혀 있는 우리 주변을 보면서 해외에서의 생활을 떠올려봤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 생활해 보면 여유와 풍요가 느껴진다. 영국의 경우 우리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니다. 석유가 펑펑 쏟아지는 곳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안정된 가운데 여유 있게 살고 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찾은 해답은 철저한 준법정신이었다.

    그들에게 법과 원칙,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느냐"고 물으면 "교통법규를 지켜라"는 답이 나온다. 법과 원칙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도 일단 고쳐질 때까지는 지킨다.

    물리학에 벡터(Vector)의 법칙이 있다. 어떤 물체에 동일한 방향으로 힘이 가해질 때 그 힘은 배가된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국가에서 힘을 한 방향으로 가해질 수 있도록 해주는 최소한의 기본이 바로 법치(法治)주의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어떤가. 4800만명의 국민이 한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인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경찰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고 노사 관계가 불법 폭력으로 얼룩지고 도심에서 화염병과 죽창이 난무하고 법을 만드는 국회마저 법을 지키지 않는, 선진국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다 보니 상호 신뢰가 없고, 자기주장만 하다 보니 사회적 갈등만 증폭되면서 심각한 국력의 손실과 낭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원이 "한국의 법치 수준이 OECD 회원국 평균만 돼도 매년 1%포인트의 추가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낼 정도다. 한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그 경제력에 걸맞은 평가를 못 받는 것은 법치주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그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맞아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잘 대응하고 있다고 해외 언론들은 호평하고 있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한국은 다시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바뀌고 공감대가 확실하게 형성되지 않는 한 도약은 쉽지 않다. 설사 경제적으로는 나아진다 해도 우리가 추구하는 존경받는 세계국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은 경제뿐 아니라 국민의식과 생활환경,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함께 선진화되어야 한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가장 시급한 것이 법치주의의 확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