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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4일 전격 북한 방문은 북한 주민들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한 탈북자 출신 기자가 자신의 북한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당국이 클린턴의 방북을 주민에게 선전하는 예상 ‘답안지’를 공개했다.
탈북자 출신으로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재직 중인 주성하 기자는 4일 그의 블로그에 "클린턴 방북에 북한 주민들은 이런 선전을 듣는다"고 소개했다. 주 기자는 “클린턴을 데려오려 했던 북한의 목적이 달성된 것으로 본다”면서 이제 그의 방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일만 남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선전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 TV 보도와는 다르게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진행된다면서 가장 먼저 “미국놈들이 장군님 앞에 무릎을 끓었다”고 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서 북한은 “오바마가 처음엔 우릴 우습게 보고 헛소릴 했지만 장군님이 본때를 보였다. 인공위성 발사하고 핵실험까지 성공하니 미국이 겁에 질렸다. 결국 제발로 무릎을 꿇고 장군님 앞에 찾아왔다. 클린턴이 보통 인물이냐. 오바마 전임 민주당 정권의 대통령이었다. 미국은 자신들이 보낼 수 있는 최고 거물을 보냈다”는 식으로 주민들을 세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주 기자는 이런 과정에서 김정일의 ‘위대성’ 교육이 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 장군님의 담력은 죽여준다. 미국 앞에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도 갖고 노신다. 지구는 장군님의 의지를 중심으로 돌고 돌아간다”고 선전한다는 것이다.
김정일 ‘신격화’ 작업 이후에는 남한 비방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이명박 괴뢰 역도는 상전의 눈치만 살펴보다가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됐다. 상전 뜻도 읽지 못하고 꼬리를 흔들다가 이번에 난리가 났다. 이제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잘보일까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만만하냐. 지난기간 우리에게 저지른 악행을 손이야 발이야 빌지 않고서는 절대 상대를 해주지 않는다”는 식이다. 주 기자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선전해야 남북 관계가 경색돼도 “저들이 빌고싶어 하지만 우리가 버릇을 가르쳐 주느라고 대상하지 않는다”고 호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 기자는 “북한 주민 대부분은 이런 식의 선전에 넘어가게 돼 있다”면서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격으로 실제로 인공위성 발사, 핵 실험 등이 있은 뒤 마침 클린턴이 나타났으므로 믿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