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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과 행보에 대한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해서) 과외받아 좋은 대학 가는 시대 끝낼 것"이란 기사를 비롯, 전통시장 떡볶이집을 찾고 농민들과 함께하는 장면들이 잇따라 지면에 등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고통받고 회복될 때는 가장 늦게 혜택을 받는 것이 서민"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서민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서민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마음이 편치 않고 걱정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이명박 정부의 서민정책이 지금 아슬아슬하게 포퓰리즘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서민을 강조하다 보니 자칫 계층을 가르고 서민이 아닌 사람들에게 역으로 거북함을 주거나 차별을 주는 느낌이 들게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 대통령의 "과외받아 대학 가는 시대 끝낼 것"이란 말을 듣고 직전 대통령이 특정계층을 향해 쏟아 부었던 공격적인 언사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 예민한 탓이기만 한 것일까. 사교육을 최소화해 서민 자녀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확대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것을 강조해야지,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듯한 말로 계층을 부각시키거나 갈등을 야기해선 안 된다.
"임기 말까지 입학사정관제 100% 확대시행을 기대한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그렇다. 장기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선에서 추진하고 그런 선에서 언급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정권 임기 내에 대학 신입생을 전원 입학사정관제로 뽑을 수 있다는 것처럼 기대치를 높여, 대중에 영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게 하고 있다. 지금 정부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가 경제회복과 국민통합이라고 정부 스스로 강조하면서도 통합에 역행하는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서민정책을 펴면서 규제에 과도하게 의존하려는 흐름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시장자율과 경쟁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사교육비용, 대학생 학자금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이런 원칙과 거리가 멀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임의적으로 규제하고, 기업에 가격 인하를 강요하거나 아니면 정부가 가격 인하의 부담을 떠맡는 방식이다. 국민정서를 핑계로 민간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을 규제함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자율과 경쟁 원칙에 소홀히 해 보수주의 정부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