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그 날부터 하루하루 무덤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매우 불길한 묘사를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좀 듣기 거북한 말이지만 결코 이치에 어긋난 말은 아닙니다. 나 자신은 물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도 매일 매일 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어김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씨도 예외는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김대중 씨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고 느껴집니다. 폐렴 때문에 입원하여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에 접하여 사람들은 “그 나이에 폐렴에 걸리면 어렵다던데” 하는 말은 같이 하면서도, 걱정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반면에 걱정은커녕 오히려 야릇한 미소를 짓는 자들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엄청난 사랑과 엄청난 미움을 한 몸에 받으며 살아온 희귀한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노인의 병세란 흔히 호전됐다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병원당국은 일관하여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니 그것도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목을 뚫고 호스를 꽂고 호흡을 할 만큼 위독한 상태인 것 같은데도, 당국자의 발표는 여전히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니 이것도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스페인의 프랑코도 아니고 소련의 스탈린도 아닌데, 왜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발표가 필요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월간지 기자가 원고 청탁서를 한 장 보내왔습니다. 그 제목이 “김대중 씨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분량은 30매,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매우 난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