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동남아에서 읽은 기사 한 토막을 안경삼아 한국을 바라보니 우리도  그 기사속 세상하고 별로 멀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파키스탄의 탈레반이 어린이들을 조직적으로 세뇌해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면 그 자리에서 천국 간다"고 믿게 했다는 것이다.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소리지만 세뇌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안 그렇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방송들이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고 나발을 불어대니까 15살 짜리 고딩들이 "죽기 싫다"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 광신적 선동과 맹신이 파키스탄 탈레반과 어린 광신도들 이야기하고 뭐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지상파 방송들은 지금도 미디어법 통과로 여론이 독과점 될 것이라고 떠들어댄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이 이미 거대 방송들에 의한 여론 독점의 극치다. 그것도 일방적 선동선전에 의한 대중조작의 형태로-. 그들이 미디어법을 그토록 반대한 이유는 결국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엉터리 방송의 전횡 체제를 영구히 유지하겠다는 것인 셈이었다. 

    자살폭탄 테러 하면 천국 간다고 하는 것이나,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고 하는 것이나, 그리고 그런 세뇌와 선동에는 항상 속아넘어 가는 맹신자들이 있는 것이나, 둘 다 오십보 백보다. 어떤 사람이 이명박 시대를 '파시즘 초기'라고 불렀다는데, 선동 방송과 그것에 놀아나는 맹신지들의 존재야말로 다분히 파시스트적인 증상이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와야 광신이 가시려나? 그러나 지금은 여전히 광신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