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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미디어법의 상정을 둘러싼 여·야의 반목과 분쟁 속에서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홀로 단식투쟁을 시작했었고, 그 법안이 “날치기” 통과되는 것을 보고는 아예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말았습니다. 국회의원의 의원직 사퇴서는 국회의장이 처리해야 하는 것이므로, 그의 “비장한” 결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민주당 소속의원 대부분이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전해지지만 그들의 사퇴서는 정 대표가 맡아가지고 있고 아직 김형오 국회의장에게까지 전달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나는 정 대표와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이 전원 또는 다만 몇 이라도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의원직도 직업입니다. 직장을 잃으면 조만간 노숙자 신세가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식구들은 누가 밥을 벌어 먹일 겁니까. 심각한 문제입니다. 망설이다 망설이다 결국은 못하게 되는 것이 의원직 사퇴입니다. 정 대표는 의원회관에서 아예 짐을 다 싸가지고 떠났다고 하지만 짐을 다시 자기 방에 도로 가져다 놓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여당 측에서 그의 명분만은 살려주는 아량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요새 길을 잘못 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정부가 앞으로 남은 임기 중에 유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실정에 실정을 거듭한다면 정권교체가 불가피하게 될 터인데 그렇게 되는 경우에 유권자는 어느 정당에 투표해야 합니까. 그것이 야당이요 그것이 야당의 소임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 버리고 극한투쟁으로만 치닫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촛불시위로 빚어진 혼돈하고 위급한 정치적 상황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자세나 태도는 졸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왜 거기에 뛰어듭니까.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시작한 시위는 아니었는데,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국회에 가져가서 다룰 생각은 않고 그 현장에 달려가 동참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외국의 정치학 교수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 “한국정치의 민주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쓴 소리를 하였습니다. 촛불시위의 궁극적 동기가 국민의 건강을 염려해서는 아니었지요. 그 난리를 치르고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광우병에 걸린 한국인은 한사람도 없습니다.
노무현 씨의 자살로 빚어진 혼란이 오래 갈 것으로 짐작했다면 민주당에는 앞을 내다보는 지도자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장이 끝나고 나서 민주당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것도 헛 짚은 겁니다. 노무현 씨에게 물려줄 만한 무슨 값진 유산이라도 있다는 겁니까. 비장한 각오로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나서는 강경파의원 여러분, 미디어법 무효투쟁에 목숨을 건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