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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호 배재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폐렴증세로 입원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폐색전증 증세까지 보이며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고 한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숙명이지만 혼돈과 갈등으로 방황하는 우리 정치를 보면 나라의 큰 거목의 고통스러운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미국의 지미 카터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등 전직 국가원수들은 재임기간 업적에 관계없이 국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초당적으로 사회적 이슈와 갈등, 국가적 위기상황 극복에 기여했다.
지금 대한민국호(號)는 다차원적인 사회갈등으로 극심한 혼란 상태다. 서로 다른 다양한 사회적 스펙트럼을 가진 집단의 끝없는 갈등이 한국 사회를 혼돈의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그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보듬어 줄 진정한 멘토(Mentor)로서 국가 원로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출사표를 통해 '국궁진췌, 사이후이(麴窮盡膵, 死而後已)'를 언급했다. 국가와 사회의 위기상황에서 온몸이 부서질 때까지 노력하고, 죽음에 이르도록 정성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제갈량과 같은 국가 원로들의 결연한 의지가 있다면 우리 사회는 이처럼 흔들릴 수 없다.
과연 한국 사회에 진정한 국가 원로로 존경받으며, 의지할 곳 없는 국민들을 보듬어 줄 멘토가 있는가. 국가 원로는 분열의 불쏘시개가 아닌 통합의 지주여야 하며, 미래발전에 기여하는 진정한 리더여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갈등, 남북한 갈등이 심각하다. 정치권은 미디어법 강행처리의 후폭풍으로 야당의 의원직사퇴와 100일간의 장외투쟁 선언 등 여야 간 끝없는 정쟁으로 의회민주주의가 종언을 고할 지경이 됐다. 산업계는 노·사·정 간 갈등으로 바람잘 날이 없으며, 시민사회도 다양한 사회적 이슈로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혼란기에 국민들은 국가 원로가 국가와 민족을 위한 국민통합과 화합의 거시적인 담론을 통해 시대의 방향타를 제시해 주길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90조에 명시된 '국가원로자문회의'나 최근 54명의 각계 원로들이 참여하는 '대통령자문 국민원로회의'도 '소통'을 위한 형식적 역할을 뛰어넘는 나라의 버팀목 역할을 할 법적인 자리 매김이 필요하다. 국가의 힘과 시민사회의 역량을 모아 성공한 정권과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또한 존경받는 국가 원로의 모습이다.
국가 원로는 후세들이 보다 큰 세상에서 국가발전을 위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보호막이 돼야 한다. 혼돈과 위기의 사회, 그들이 평생을 통해 쌓은 현명한 지혜의 보고(寶庫)가 하루빨리 열려 국민의 안위와 국가적 통합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