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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준 단국대 교수·정치외교학과 ⓒ 뉴데일리
미디어법에 대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직권상정하면 반대하겠다"는 한마디에 국회가 요동치는 모습은 이전에 비해 더 심각해진 18대 국회의 비(非)생산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언론도 '한마디 정치'에 휘청거리며 독자들에게 정국(政局)을 예측 가능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잠복해 있던 갈등을 감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닥친 상황의 파악에만 급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18대 국회가 정당 간 갈등뿐 아니라 정당 내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민주화 이후 가장 비생산적 국회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처한 것은 근본적으로 정치권의 문제이긴 하지만, 언론에 의한 부실한 감시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생산적 국회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언론은 지속적으로 국회의 갈등해소 기능과 사회통합 기능을 강조하고 부각시켰어야 했다.
현재 국회가 겪고 있는 갈등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 불가능한 것은 우선 국회 제도화의 미비(未備)가 원인이다. 국회 내 합의의 중요성이 각 정당의 필요에 의해 상충되고 있으며, 정당들은 국회의 원칙보다는 여론의 향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상태다. 제도화는 갈등의 경험과 이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성취될 때, 그리고 갈등의 피해와 합의에 대한 중요성을 경험하고 인식할 때 가능해진다.
한편 한나라당은 국회 다수당으로서 그들이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선거에서 책임지는 책임정당정치의 구현을 생각하고 있지도 않은 것 같다. 더구나 정당 간 갈등뿐 아니라 정당 내 갈등 또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국회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정당 간 합의 도출을 위해 원내대표 간 대화가 필요하듯이 한나라당은 계파 간 합의 도출을 위해 당내 두 명의 원내대표가 필요한 실정이다.
국회에서 그리고 정당에서 법안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나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국회 내 정당의 영향력 행사, 그리고 다수당과 여당으로서 능력 발휘를 위해 정당 내 다양한 목소리가 언제, 어떻게 나오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법안에 대한 정당 내 다양한 목소리는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정당의 결정이 이루어진 후에 나오는 것보다 바람직하다. 당 지도부를 무력하게 하고 당내 혼란을 가중시키는 목소리는 조직으로서의 정당을 무능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때 신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잠복해 있던 다양성의 표출이냐 돌발적인 혼란이냐에 대해 가닥을 잡아 독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회와 신문이 혼란스럽다고 독자들까지 휩쓸릴 수는 없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