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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한국 금융위와 국제 투자회사 골드만삭스 등이 참여한 회의를 인용해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 참여를 유도키 위해 400억달러의 원조 기금 조성이 포함된 대북(對北)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서 구체적 대북 지원 방안이 거론되지 않았다"고 일단 부인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비핵·개방 3000' 구상을 국제화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단계"라고 말했다.
최근 방한했던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북한이 비핵 조치를 취한다면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압박과 제재를 계속하겠지만, 북핵 문제를 풀려면 어느 시점에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 한미가 대규모 대북 패키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부 출범 초기 통일부가 검토했던 '비핵·개방 3000' 실천 방안에는 400억달러 국제협력자금 조성, 북한의 수출 기업 100개 및 30만 산업 인력 양성, 신(新)경의 고속도로 건설 등이 들어 있다. 역대 대북 지원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대형 사업들이다. 대통령이 8·15 기념사에서 이 구상을 밝힐 것이란 말도 나온다.
정부는 대북 지원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포기를 유도하려 했던 과거의 시도가 왜 번번이 실패했는가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방식도 중요하다.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처럼 협상에 참가하지도 못한 한국이 비용의 70%를 부담해선 안 된다. 다른 6자회담 참가국과 국제기구 등이 참여하는 합리적 비용 분담 방안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북한에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의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권이 이런 비판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한 데다 그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정부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