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4일 저녁 전격 사퇴함에 따라 당장 15일 아침부터 검찰의 지휘부 공백이 현실화했다.

    천 후보자가 총장에 내정된 뒤 사법시험 선배와 동기 기수가 모두 용퇴하면서 검찰의 `지휘부'라고 할 수 있는 고검장급 자리가 모두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일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중도퇴진 이후 문성우 대검 차장이 한 달여간 총장 직무를 대행했지만, 문 차장마저 천 후보자의 총장 임명을 전제로 14일 퇴임식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이에 따라 지금은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대검 수뇌부와 서울중앙지검장 자리가 동시에 주인을 잃은 상태다.

    대검은 일단 이날부터 선임 부장인 기획조정부장이 총장의 직무를 대행하고 서울중앙지검은 1차장검사가 간부회의를 주재키로 했지만 갑작스런 천 후보자의 사퇴로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대검은 오전 9시30분 한명관 기획조정부장이 부장회의를 주재한데 이어 10시에 과장과 기획관이 참여하는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향후 운영방침을 논의했다.

    대검 관계자는 "형식적으론 기조부장이 총장 직무대행인데 어제 늦게 갑자기 벌어진 상황이어서 아직 결정된게 없다"며 "기조부장이 다른 부장(검사장)보다 후배인 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도 "천 후보자가 휴가를 낼 것으로 알려졌는데 퇴임식을 오늘 오후에 한다는 말도 돈다"며 "1차장검사가 지검장 대행인 것은 맞지만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사상 초유의 지휘부 공백으로 검찰의 기본 업무인 사건 처리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일상적인 사건이야 차장검사 전결로 처리할 수 있지만 검찰 조직처럼 지휘계통이 분명한 곳에서 주요 사건은 처리 방향을 결정해 줄 사람이 없어 한동안 공전될 듯하다"고 걱정했다.

    검찰 직원들은 이날 오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듯 삼삼오오 모여 천 후보자가 사퇴한 배경과 검찰의 앞날을 두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직원은 "청문회에서 제기된 천 후보자의 각종 의혹들이 국민 정서에 크게 어긋났다는 점이 낙마의 배경이라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후임 검찰총장 내정과 임명까지 적어도 한 달은 걸리는 만큼 법무부가 고검장 승진 인사만이라도 서둘러 지휘부 공백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기인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조직의 동요를 막으려면 후임 총장이 조속한 내정이 필요한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사검증 작업이 더욱 철저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 상태가 길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