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 강화론'이 밑도 끝도 없이 튀어 나왔다가 좀 가라앉나 싶더니, 최근 다시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그 문제에 대해 새로운 설명을 내놓다. 이른바 4중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념적으로는 중도, 계층적으로는 중산층, 연령적으로 중년, 지역적으로는 중부, 이 4중 전략이 선거전에서 가장 기본 전략"이라며 이 대통령이 이것을 늘 생각했고 그 표현으로 중도문제가 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적으로 중도'라는 것은 좌, 우 이념의 중간을 택하겠다는 것인가? 그러면 보수주의 자유주의를 떠나 한 클릭인지 두 클릭인지 쯤은 좌 쪽으로 다가 가겠다는 뜻인데, 그럴 경우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준 1150만 표의 30~40~50%는 떨어져 나가도 좋다는 배짱인가?

    나아가, 예컨대 쇠파이프를 들고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면서 폭력 난동을 하는 진영을 한 편으로 치고, 반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죽지 않는다면서 쇠파이프 폭력 난동에 맞선 진영을 또 다른 한 편으로 칠 때, '중도주의자'임을 자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그 대립의 와중에서 과연 어떤 위치에 서겠다는 것인가? 필자로선 그 중간의 자리가 어디인지 도저희 알 수가 없기에 묻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 현장에서 군인과 경찰을 두들겨 팬 자들에 대한 '중도적'인 대처란 또 어떤 것인지도 심히 궁금하다. 매 맞는 군인들과 때리는 폭민 사이의 한 가운데 쯤에 서서, 너도 틀렸고 너도 틀렸다고 양쪽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인가? 그 런 식 중도가 정말 말 되는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계층적으로는 중산층을 중시하겠다는 것 역시, 이명박 통령이 중도발언 직후에 말한 '서민' 개념하곤 또 다른 말이라 헷갈린다. 단골손님을 '서민'에 둔 다는 것인가, '중산층'에 둔다는 것인가?  '서민'을 '중산층으로 올려주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려서 답하려 하겠지만, 그건 자칫 말장난이 되기 쉽다. 좋은 말이란 좋은 말은 다 갖다 쓰는 것밖에 안 되니까.

    연령적으로는 중년을 중시한다는 것도, 듣기 따라서는 중년 아닌 다른 연령대를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청소년과 55세 이상 60, 70대는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는 것 아닐까? "너희들은 중시 대상 아니다" 한 셈이니, 그렇게 밖에 또 어찌 하겠는가? 

    지역적으로는 중부라 했으니, 수도권, 경인지구, 경기도, 충청 일부 빼곤,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는 찬밥이 될 모양이다. 지역 가르지 말자더니, 웬, 한 술 더 뜬 중부 편애론? 

    이렇게 보자면, 좌우 구분, 지역간 대립, 세대간 갈등이 이 너무 심하다 해서 '중도'를 표방했다지만, 그것 때문에 세상은 오히려 둘에서 셋, 넷 ,다섯...으로 더 갈라질 판 아닌가? 

    이 정부는 말을 해놓고 번번히 해명하기 바빴다. 그 해명이 또 다른 해명을 만들어 냈고...잘  모르면 아예 좌니, 우니, 중도니, 하는 어려운 개념들을 쓰지나 말지...그런 어설픈, 교수 같은 개념적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할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