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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여옥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번에 당의 여성위원장 선거 '선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정당에 몸담은 사람에게 선거는 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맥박을 빠르게 하고, 한마디로 피를 끓게 하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어제 후보자등록을 마치고 회의를 했습니다. 당 사무처 직원이 말하길-'후보 등록이 두 분인데--아마도 사전조정이 되어서 선거가 없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여성위원장은 그나마 2명인데~ 중앙위원장,청년위원장, 디지털위원장, 장애인위원장--
모조리 단일후보로 선거없이 따놓은 당상으로 거의 '추대'되었다는 점입니다.
갑자기 기운이 빠졌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당 사무처 직원도 침울하게 답합니다. '제가 당에 들어와서 이렇게 선거없이 모든 위원장이 정해진 적은 없었어요'
제 기억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당내 소통도 부족하고 그리고 뭔가 다 정해졌다~라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물정모르는 사람처럼 비추는 것 같습니다'
'당이 친이나 친박으로 첨예하게 갈려있으니 혹시 나섰다가 그 카테고리에 갇혀 괜히 말 듣고 그런 점은 의원들이 꺼려하는 것 같구요'
이야기를 듣자니 참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한나라당 집권여당이 됐습니다. 집권여당의 중앙위원장, 여성위원장, 청년위원장, 디지털 위원장, 그리고 장애인위원장--매우 중요한 당직입니다. 당의 피를 끓게 만들어야 하는 피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야 하는 심방과 심실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는 현실, 뭔가 이미 결정돼 있다는 내부인식, 계파싸움으로 비출까 싶어 발을 빼는 상황-
'이러다가는 모조리 임명직으로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겠다는 젊은 당사무처 직원의 한숨어린 예상도 제게는 아픕니다.
정당에 있어 선거는 매우 중요합니다.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군대가 허약하듯이 선거를 제대로 치러보지 않은 정당은 약체화됩니다.
선거를 기피하고 추대분위기로 가는 정당은, 화석화되는 정당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마치 루게릭병을 앓는 것처럼 서서히 이 한나라당은 훈련도 기피하고 체력을 소진하는 정당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당내 선거를 기피한 정당이 어떻게 다른 정당과 치열하게 싸우고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활력이 사라진 정당이 피가 식어가는 정당이 어떻게 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