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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18년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국민은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을 불신한다. 계속되는 부정부패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회 원로 55명이 기초지방선거의 정당 공천 폐지를 주장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정당공천제는 1995년 지방선거 때 광역단체장·의원, 기초단체장까지 실시됐고, 2006년 지방선거부터는 기초의원까지 도입됐다.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 정치인의 눈치를 살피고 부당한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은돈이 오가면서 각종 비리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 소신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된다. 지역구민들이 원하는 것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원하는 것이 상충될 때,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의식해서라도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 지역의 진정한 이익을 대변하기가 어려워진다.
필자는 무소속 구청장이다. 정당공천의 폐해와 문제점을 지방정치 현장에서 생생하게 목격한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정당 간 대리전이 될 진흙탕 상황들이 벌써 눈에 선하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어야 검은 공천 헌금이 사라지고, 줄서기 정치가 사라지고, 공천자가 아닌 지역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지방정치가 중앙에 종속되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법 규정과는 관계없이 기초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 유권자 혁명이 일어나 무소속 당선 비중이 90%를 훨씬 넘는다. 지방자치가 발달한 미국도 주요 도시 중 80% 이상이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금지한다.
만약 공천권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명박 정부가 대국적 견지에서 '공천제 폐지'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조선일보 7월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