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중도 강화'를 실천하기 위해 정부위원회인 '사회통합위원회'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상책이 아니다. 

    "한국은 식민지"라고 믿는 사람들하고 대체 무슨 수로 '통합'을 하나" '진보' 안에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 '합리적인 진보'하고는 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보다 북한이 더 민족적'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좌파 세상을 쥐고 흔드는 것이 현실인 한에는 '통합'은 고사하고 '중도'적 처신도 하기 어렵다. 그런 사람들부터가 '식민지적 사대 매국노'라 매도해 온 측과 한 자리에 앉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쪽 입장에서도, "대한민국 對 反대한민국' 사이에서 '중도'를 하자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우리 사회의 균열은 어느 작가 말 맞다나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정도..."다. 이런 판에, 예컨대 미디어법 때문에 생겼던 무슨 위원회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이미 생생하게 보지 않았는가?  

    또, 굳이 통합을 해야 할 이유도 없다. 사회가 다양해지면 이념적 분화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 각자는 나름대로 다양한 대표기능을 수행하면 된다. 왜 굳이 하나로 묶으려 하나?  

    그게 아니라면 혹시 '중도'를 표방하는 제3의 덩치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講壇이나 卓上에선 할 수 있는 말일지 모르나, 현실적으로는 평지풍파와 찐붕어가 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내년 지자체 선거가 끝나면 이 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정부적 권위는 레임덕으로 하강할 것이다. 아마 최종 건의안을 채택하기도 전에 시들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더 문제인 것은, 그런 것을 정부위원회로 추진하겠다는 발상이다. 갈등 해소의 문제를 연구해 대통령에 보고, 건의하는 것이 왜 나쁘냐고 물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정부위원회에 숱하게 참여해 본 경험자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공무원들이 자기들끼리 짜놓은 각본에 따라 명망가들'이란 사람들을 병풍처럼, 더 심하게 말하면 들러리로 써먹는 정부위원회처럼 허망하고 웃기는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공무원들이 맡는 사무국이 하자는 대로 적당히 끌려 다니면서 회의비나 거마비 받아먹는 것밖엔 안 되었다.

    갈등 해소책 발굴은 또한, 굳이 예산 잡아먹는 정부위원회를 만들어서 하기보다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를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연히 '중도'라는 말만이라도 하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좀 나았을 것 같다. 그 말을 한 탓으로 "나는 중도가 아니라 우파인데" "나는 중도가 아니라 좌파인데" 하는 사람들은 어쩌다가 그 근처에 얼씬거리다가 혹시 'MB 중도'의 '알바'라는 낙인이라도 찍히지 않을까, 몸을 사리게 되었다. 

    '중도가 커져야 한다"--그게 정말로 그렇게 좋고 절실한 것이라면 아예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이 '중도당'을 하나 새로 차리는 것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