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23일 단독으로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키로 했다. 6월 국회 소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국회법 5조 2항에 따르면 2월과 4월, 6월에는 국회가 자동으로 열리게 돼 있다. 이 조항은 민주당이 여당일 때 만든 것이다. 그러나 6월 국회는 지난달 23일 시작된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弔問) 정국 등으로 법에 명시된 1일 개회 시한을 지키지 못하더니 23일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소집의 전제 조건으로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 사과,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 검찰 개혁 특위 구성, 정치보복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등 5가지를 내걸었다. 정당이 "이런 것 안 해주면 국회를 못 연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 의의를 망각한 일이지만, 과거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도 이런 행태를 보였었고 이제는 국회 가로막기가 한국 정치의 악습(惡習)으로 굳어버린 듯하다.
악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국회에선 여야가 금융지주회사법, 불법대부업자에 대한 제재 강화를 담은 법 등 민생 관련 10여건의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해놓고도 다른 일로 서로 싸우다가 시간이 없어서 통과시키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그 전 2월 국회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국회 꼴이 아무리 이렇다고 해도 지금 비정규직 사태를 눈앞에 두고서도 국회를 못 열게 막고 있는 것은 도를 넘은 것이다. 국회가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면서 오는 7월 1일부터 비정규직 근로자 수만 명이 당장 거리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1년 안에 실직 위험에 처할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부·여당 추산으로 71만4000여명, 민주당 추산으로도 37만명에 이른다. 지금 국회 문을 가로막고 선 국회의원들은 비정규직 근로자인 아들·딸이 국회의 태만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서민 가정의 부모 심정을 헤아려나 보고 있는가.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5자가 19일부터 비정규직 사용 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거나 또는 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방안 등을 놓고 협상을 시작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을 의무화하는 문제와 정규직 전환지원금 규모 등이 쟁점이라고 한다. 여야가 당장 국회를 열어 비정규직 사태가 터지기 전에 그 관련법 개정안만이라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정당과 국회는 정말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6월23일자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