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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지난 5월 11일 원희룡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당 소속 의원 등 15명이 참여하는 '당 쇄신특위'를 발족시켰다.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전패(全敗)한 뒤 당 안팎에서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자 당 차원의 해결책을 내놓겠다며 만든 기구다. 이 쇄신특위가 어제로 출범 한달을 맞았다.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쇄신특위인 만큼 한달이면 당의 문제를 진단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관한 방안을 제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지난 한달 동안 한나라당 내 쇄신 논의는 말만 무성했을 뿐 어떤 성과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쇄신특위 활동 자체가 당내 논란을 빚거나 계파 갈등의 소재가 되는 일까지 빈발하고 있다. 쇄신특위는 '원내대표 경선 연기론'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을 폈다가 당내 주류와 비주류 양쪽에서 공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당 화합 방안으로 박근혜 전 대표 또는 박 전 대표측 인사를 새 당 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가 박 전 대표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쇄신특위 위원이었던 친박(親朴) 의원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내 쇄신 논의가 이처럼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조문(弔問) 정국이 겹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4년여 만에 역전됐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이대로 가면 정권도, 당도 망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쇄신을 할 건지 아니면 지금 이대로 갈 건지는 스스로 정할 문제다. 국민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나라당 쇄신 논란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한나라당은 국정(國政)의 한 축을 책임진 170석 여당이고, 쇄신특위는 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해왔다는 반성에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왜 그런 일이 벌어졌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 내 논란은 줄곧 현 지도부만 교체하면 당 쇄신이 이뤄지는 것처럼 진행돼 왔고, 비주류 진영에 당 운영을 맡기면 당내 화합이 이뤄진다는 식의 단순 셈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국민의 관심을 끌 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쇄신특위의 활동 목표가 무엇이며 언제까지 존재할 것인지부터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쇄신안은 당내 계파를 뛰어넘은 여권 전반에 관한 해법을 담고 있어야 하며 쇄신안마저 계파에 휘둘려선 안 된다. 그러지 못할 바엔 쇄신특위 활동을 빠른 시일 안에 접는 게 나을 것이다. <6월12일자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