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60 항쟁‘ 기념 행사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노무현 수사 책임자 처벌, 국정쇄신, 민주후퇴 시정, 독재회귀 중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더 크게 보면 이것은 이명박 정부를 식물화 시키겠다는 전략의 전술적 프로그램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좌파 10년의 기득권을 허물지 못하게 하고, 김대중-노무현의 ’햇볕‘ 퍼주기를 계승하게 하려는 것이다.

    나아가, 미디어법을 통과 시키지 못하게 하고, 각종 경제관련 개혁구상, 공공부문 구조조정구상, 교육관련 개혁구상은 백지로 돌려놓게 하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를 레임덕로 만들겠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이명박 정부의 퇴진까지 압박하는 공세다. 

    광장의 그들은 자기들이 이길 때는 선거와 의회주의를 이용하고 자기들이 불리할 때는 광장의 직접민주주의와 민중직접행동, 그리고 거리투쟁을 더 높은 것인양 치켜세운다, 광장의 그들에게 있어 국가, 헌법, 공권력, 각종제도와 법규, 관료제, 법에 의한 통치 같은 것은 한낱 작은 하위개념에 불과하다. 광장의 그들이 내세우는 상위개념은 일종의 무정부주의적 콤뮌(commune)주의다. 

    그들은 기존의 국가, 헌법, 제도, 법규, 관료제, 의회주의 밖의 길거리에서 '민중의 콤뮌'이라는 또 하나의  권력을 만들어 일종의 2중 권력(2개의 정부) 상태를 만들려고 한다. 그런 다음 주술적인 선전 선동 세뇌를 통해 군중을 최면시켜 그들을 기존 국가로부터 떼어내 그들의 충성심을 자기들의 콤뮌 권력 쪽으로 돌리려고 견인한다. 때로는 군중에 겁을 주기 위해 공갈, 공포심 조장, 협박, 테러를 자행하기도 한다. 보수언론  광고주들에 대한 협박이 그 한 전형적인 사례다. 

    이때 기존 국가가 힘, 법치, 선전, 선동, 세뇌교육 등 여라 차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 국가, 그 정부, 그 집권세력은 어, 어, 하는 사이에 헛개비처럼 넘어간다. 이게 변혁의 절묘한 다이내믹스(daynamics)다. 예컨대 러시아의 케렌스키 부르주아 민주 정권이 그래서 순식간에 넘어갔다. 심지어는 전쟁에 식상한 러시아 병사들까지 볼셰비키로 넘어 갔으니, 나라가 망하는 것은 그야말로 1초 사이의 일이다.

    우리 사회에도 현존 권력 밖에 또 하나의 대칭적 민중 권력이라 할 만한 것이 형체화 된다면, 즉각 그쪽으로 로얄티(충성심)를 돌릴 '변혁 예비군'은 이미 각계각층에 충분히 양산되어 있다.

    그까짓 서울광장이라고 하지만, 그 군중의 배후에서 음모하고 있는 간부(cadre)와 오르그(조직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정부이고 노무현을 죽인 '살인' 정권이며, 부자만 위하는 정부인가를, 그리고 미국과 더불어 전쟁을 일으키려는 정부인가를 광우병 소동 식으로 열렬히 과장 선전하고 선동할 것이다. 그러면 거기엔 항상 울고 불며 열광하는 열성 신도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게 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와 호헌 진영이 이런 다이내믹스를 과연 얼마나 투철하게 간파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광장의 변혁운동의 성패가 가늠될 것이다. 변혁의 다이내믹스, 변혁론자들의 '2중 권력 상태 만들기'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심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