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도심 시청 앞 거리를 도시 미관은 물론 시민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교통 체증을 무릅쓰고 잔디밭 광장으로 만들었다. 이 광장은 월드컵 경기 때처럼 축제의 광장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잔디밭'이 되어 버렸다.

    도심의 광장이 시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촛불 시위 때처럼 헌법적인 절차에 따라 세워진 정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분열의 상징인 정치집회의 장소로 전락하게 될 위기에 처할 때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좌파 시민단체들의 경우, 현 정부를 성토하려면 폭력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협소한 서울광장보다 안전한 다른 장소를 택할 수는 없을까. 지금 같은 미디어 시대에는 어디서 정치 집회를 열든 정부와 모든 국민은 그들의 의사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야당 또한 현 정부의 실정을 성토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 정도로 진행될 때는 그다음에 일어날 문제도 생각해야만 한다.

    군사독재와 싸운 '6월 항쟁의 거리'였던 서울광장이 소통과 평화의 광장이 아니라 우리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거로 뽑은 정부를 위기로 몰아넣는 분열과 폭력으로 얼룩진 광장이 된다면, 부끄러움과 치욕이 되고 말 것이다. '잔디밭 서울광장'이 불안과 불편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차라리 없애라"고 소리 없이 외치는 국민도 있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의 잔디밭 광장이 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반성할 점도 있을 것이다. 그의 정치적 비전과 리더십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 10일 오피니언면 '편집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