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교수는 9일 "한국에서 시민사회는 원래 없었거나 지금 생겨나더라도 굉장히 미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사회체제는)개인이 곧바로 정치화할 수 있는 대단히 특수한 사회구조와 정치구조를 갖고 있고, 이것을 민주로 착각하는 한국사회의 특이한 형질적 특성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 예로 2002년 대선 당시 일어난 '김대업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김대업 사건은 사실상 굉장히 한국 지성사에 큰 충격을 줬다"며 "대통령 선거때 한 개인이 구조적으로 거짓말을 해서 선거 판세를 좌우한 일은 지난번 BBK사건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교육과 문화정책을 통해서 (사회체제를)진정시키지 않는다면 한국정치는 계속 소란스러울 것인데 이것이 인터넷을 통해 점점 증폭돼가고 있다"며 작년 촛불시위를 거론했다. 이 교수는 "일단 군중이 모이면 진실과 실체는 애매해진다"면서 "촛불집회같은 경우도 수입쇠고기에 대해서 검증되지 않는 실체를 갖고 고도의 정치적 파장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한국 보수세력들에 관한 지칭으로 '냉전세력'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보수 냉전이나 냉전 보수세력이라고 하면 흔히 관형사처럼 비판할 때 이런 말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이날 이 교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개최한 '한국민주주의와 87년체제' 학술대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온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교수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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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훈 (서울대)교수 ⓒ 뉴데일리

    종합토론에 앞서 '한국체제 논쟁을 다시 생각한다'는 주제로 발제한 손 교수는 '87년 항쟁'을 정의하며 "6월 항쟁의 결과로 탄생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같은 민주화운동 출신의 '자유주의적 개혁' 정권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로 민심이반이 일어나 '산업화세력'이라고 부르는 냉전 보수세력이 다시 집권한 뒤 맞는 6월이라는 점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한국의 체제를 48년 체제(극우반공체제) 61년체제(개발독재체제) 87년체제, 신자유주의 97년체제로 나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우리가 냉전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는 역사관의 문제"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하나의 점과 점에 불과한 시간들에 불과하다"며 " 보다 중기적이고 구조적인 시각의 제시는 없는가"라고 물었다.

    박명림(연세대)교수는 "사회정책과 분배 역할에 관한한 한국 정부는 역할이 없거나 시장에 맡겨놓은 상태"라고 주장하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통계를 제시했다. 그러자 이 교수는 "통계는 단순 규격화 할 수 없다"면서 "단순 비교를 통해서 마치 사회통합이 해체되는 것처럼 과장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정부가 해야 할 일도 경제발전이나 선진화도 아닌, 사회공공성의 강화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박 교수의 '정부의 공공선 회복' 주장에 동감을 표했다.

  • ▲ <span style='한국민주주의와 87년체제'학술대토론회에서 종합토론에 참여한 인사들. 왼쪽부터 김부겸(민주당) 원희룡(한나라당)의원, 정일준(고려대) 박명림(연세대) 강인순(경남대) 손호철(서강대) 이병천(강원대) 이용훈(서울대)교수 ⓒ 뉴데일리 " title="▲ '한국민주주의와 87년체제'학술대토론회에서 종합토론에 참여한 인사들. 왼쪽부터 김부겸(민주당) 원희룡(한나라당)의원, 정일준(고려대) 박명림(연세대) 강인순(경남대) 손호철(서강대) 이병천(강원대) 이용훈(서울대)교수 ⓒ 뉴데일리 ">
    '한국민주주의와 87년체제'학술대토론회에서 종합토론에 참여한 인사들. 왼쪽부터 김부겸(민주당) 원희룡(한나라당)의원, 정일준(고려대) 박명림(연세대) 강인순(경남대) 손호철(서강대) 이병천(강원대) 이용훈(서울대)교수 ⓒ 뉴데일리
                                                                                    

     

    ▲ 다음은 이영훈 교수의 종합 토론에서의 반박전문

    이영훈 교수 토론 전문 =

    손호철 교수는 60년간 한국 정치를 47년체제 극우반공체제 61년 개발독재체제, 87년 민주화 체제, 97년 신자유체제로 구분하고 있다, 사회운동 세력도 진보, 자유주의개혁 세력, 냉전, 보수로 구분하고 있다. 뉴라이트 운동도 냉전적 시민운동이라며 진보적 입장에서 비판하고 있다.

    저는 현실정치는 깊게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제 자신이 뉴라이트 운동에 종사하면서 그게 뭐든간에 그렇게 알려져 있는데 냉전세력이라는 규정에 대해서 토론해볼 문제가 있지 않느냐 생각한다. 요컨대 48년 61년 87 년 97년 체제는 상당히 정치학적 용어로 저한테는 생소한 용어이지만 이것은 긴 역사에서 보면 하나의 단기다. 그야말로 하나의 점과 점에 불과한 시간들에 불과하다,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역사학에서보면 중기적 현상으로서 지난 60년간 한국의 현대사회가 뭐라고 규정될 것인가,

    이것이 각각인가, 아니면 이것을 통합하는 하나의 고차원적 중기적 시간성이 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다. 분단 체제가 그와 같은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분단체제를 얘기하는 분들의 역사관이 있다.

    저는 전적으로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데, 다른 역사관에 의해서 보다 중기적이고 구조적인 시각의 제시는 없는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손 교수가 냉전세력을 사실상 비판하고 있는데, 물론 이 논문에서는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보수 냉전이다,냉전 보수세력이다고 하면 흔히 관형사처럼 비판할 때 이런 말을 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냉전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는 일종의 역사관의 문제인데 손 교수와 저 사이에는 굉장히 큰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아시다시피 47년 2월에 냉전이 공식 시작됐다. 트루먼 대통령이 현 공산주의 세력을  컨테인먼트 (containment.견제)하겠다고 선포하고 이것이 89년도 몰타선언에 의해 드디어 냉전이 종식됐다. 냉전 종식뿐 아니라 곧바로 사회주의 국가 체제가 해체되고 말았다.

    트루먼 대통령이 냉전을 선포했고 그 냉전 선포에 대해서 직접적인 도전으로 나타난 게  한국전쟁이었는데 자 컨테이먼트 해봐라 했더니, 트루만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당시, 곧바로 미국 개입을 결정하고 체제적 대응을 결정해 대한민국이 생겨난것이다. 대한민국이 방어가 된 것이다.

    몰타선언은 그만큼 사회주의 체제는 허약한 것임을 드러낸 것인데 원래부터 자유주의자(내가 말하는 자유주의는 손 교수가 말하는 자유주의와 개념이 좀 다르다) 였던 레이건 대통령은 인간 자유에 대한 종교적 신앙을 갖고 있던 사람인데 이 분이 베를린 장벽을 보고 장벽 보초에 총구가 동독으로 향해있는 것을 보고 자국의 국민을 총으로 감시하는 이 체제는 해체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나서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 정책을 추진했다. 그래서 8년 만에 그 체제가 무너진 것이다.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이 소련 지식인이나 엘리트에게 큰 충격을 줬다. 적어도 우리는 사회주의적 정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악의 제국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 또 그것을 논리적으로 방어하기 힘든 것을 자각하게 될 때, 소련은 그 내부에서 붕괴된 것이다.

    지난 냉전의 역사 속에서 국가를 만들고 나름대로 경제 사회를 건설한 대한민국 역사를 훌륭한 역사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세계에 대한 헤게모니는 그와 같은 생각에서 나온다. 미국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또 자국 이익 중심적이더라도 적어도 인간 자유 보편적 신념을 토대로한 정치적 이념적 헤게모니만큼은 아직도 미국의 것이다.이런 부분에서 미국의 지도력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한국 보수세력들 (소위 건국세력, 산업화세력들)을 냉전세력이라고 비판한 손 교수는 과연 어떤 현대사회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느냐? 이것을 첫번째로 묻고싶다.

    이것은 용어의 차이라 상당히 기능적이고 어떤 면에서 조절 가능한 차이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쓰는 용어가 틀리면 어떤 토론에서도 생산적이지 않다.

    한국의 야당, 한민당을 리버럴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미국적 개념이다.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미국적인 그런 리버럴, 그런 식으로만 용어를 일관해 쓰면 좋은데 뒤에 가면 신자유주의 정책이라는 말을 쓴다.

    1980년대 레이건과 대처의 등장으로 부활한게 신자유주의다. 그래서 이 자유주의와 리버럴 개념과는 서로 다르다. 저는 제 용어를 고집한다면 한국의 민주화 세력들은 야당 그리고 4.19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한 민주주의 세력들을 자유주의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느냐?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민주화 운동 세력의 이념적 본질은 복잡하고 비정형적이다.박정희의 조국근대화론에 대항에서 나타난 게 대중경제론이다. 그 다음에 민족경제론, 민족주의 등이 있다.

    이런 것이 한국 민주화 운동의 흐름을 형성했다. 그러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하고는 디제이노믹스 얘기했다.이게 신자유주의정책이라고 얘기하는데 크게 보면 맞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 자신이 자유주의자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그분은 굉장히 정치적 자질이 훌륭한 분이라 상황에 맞게 기능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박정희 모델에 대한 반성을 통해서 경제위기로 교훈줘서 지금부터는 민간 자율로 해보자 이렇게 해서 적어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슬로건 내걸고 기능적으로 대응한 것이 김 전 대통령이나 집권 세력이 자유주의 세력이냐, 그렇지 않다. 이것은 최근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안다. 지금 민주당이 새로운 당 이념 모색을 위해 김효석 전 원내대표 주도로 이념을 하나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그러나 얼마나 당내 반발이 심하냐,그래서 오늘날 야당세력은 소위 말해 민주화운동 세력이라고 크게 불리는 지난 40년간 한국의 한 정치의 축을 형성해온 집단의 이념적 성향의 대단히 비정형적이고 불투명적이고 가변적이다.

    그래서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때문에 우파 신자유주의 좌파 신자유주의를 아까 정일준 교수가 화학적이라고 말했는데 저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현재 상황에 있다는 것을 두번째 질문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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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명림 교수에게 질문하겠다. OECD통계 많이 인용했는데 한국 사회 정치 경제라든가 역사적 위상을 생각해줬음 좋겠다.통계 자체는 사회보호 복지비 지출이 1/6~1/7으로 나와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제도를 시작한 지 겨우 10년 밖에 안됐다. 다른 나라는 수십년 100년의 역사를 갖고있고 국민연금 제도를 시작하면 고정적 비용이 포함되게 돼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다른나라에는 없는 기업의 퇴직금이라는 제도가 있다. 그래서 통계는 단순 규격할 수 없다. 국민의료 보험제도를 30년간 시행했는데 그동안 사회복지 부분에서는 큰 발전있었다.

    얼마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서 학술대회를 했는데 논문집 보니까 그래도 짧은 기간에 엄청난 사회복지 제도의 성숙이 있었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하지만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도 경제발전이나 선진화 이런 것도 아니고 사회 공공성의 강화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예산을 단순 비교를 통해서 마치 사회통합이 해체되는 것처럼 과장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 의문을 갖는게 나오신 세 분이 다 시민사회를 말하고 있는데 한국에 과연 시민사회가 존재하느냐? 시빌 소사이어티(Civil Society) 라는게 어디서 나온 말인가? 학자들이 외국서 공부해서 서유럽 등 단어를 갖고 그대로 와서 한국에 적용하는데, 저는 다행히  외국 유학 안가서 그런 용어들이 들어오면 용어 자체에 대한 개념의 실체성에 의문을 갖는다.

    한국에서 시민사회는 원래 없었거나 지금 생겨나더라도 굉장히 미약하다. 한국에는 국민이 있다. 저는 서울 시민으로서 아이덴티티는 매우 약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아이덴티는 매우 강하다. 그러나 제가 관악구에 사는데 관악구에서 발행하는 신문은 본 적도 없다.

    그러니까 시빌 소사이어티라는 말 자체가 한국적인 정치현상을 설명하는데 대단히 외재적인 것이다.국민으로서 시빌 소사이어티가 약한 가운데 국가로부터 상대적으로 자립적 단체가 미약하거나 결여됐을 때 곧바로 중앙정치와 관계한다. 이것은 오래된 역사현상이다. 조선시대부터 그랬다.

    민주주의가 시작되면서 1956년대 한강 백사장 유세 기억하시죠? 75년도 민주당 장충동 유세 때,  저도 그 당시 참가했는데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였다. 87년 대선 때는 시청 앞에 백만명 이상이 모이고, 보라매공원 여의도 공원에 모이는 게 다 한국적 현상이다. 이게 촛불집회로 문화적 변형 갖는 것이다. 이런 국민 개개인의 과잉정치화 문제가 사회과학자들이나 역사학자들이 지금껏 외래담론에 의한 분석에만 치중하다보니까 그런 현상들을 좀처럼 지적하고 있지 않다.

    앞서 천성산,새만금 사건 등등 봐라, 그 당시 한 여성이 단식투쟁해서 전 국민 몰아가지 않았냐, 새만금도 그렇다. 1904년부터 개발돼왔는데 그 모든 역사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고 환경파괴라는 논리가 나와 무려 10년 이상 국론을 분열 시켰다. 이것은 개인이 곧바로 정치화할 수 있는 대단히 특수한 사회구조와 정치구조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민주로 착각하는 한국사회의 특이한 형질적 특성때문에 그렇다. 이부분을 장기적으로 교육과 문화정책을 통해서 진정시키지 않는다면 한국정치는 계속 소란스러울 것이다.그것이 점점 증폭돼가고 있고,더구나 인터넷 공간이 설정된 후로 월드컴 응원경기 등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전 국민이 도처에서 수백만명씩 집단을 형성하고, 그 다음에 촛불집회죠. 일단 군중이 모이면 진실. 실체는 애매해진다.

    그런 것을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도 애매해지고 김대업 사건이라든가, 이런 것은 사실상 굉장히 한국 지성사에 큰 충격을줬다. 대통령 선거때 한 개인이 구조적으로 거짓말을 해서 선거 판세를 좌우한다거나 지난번에 BBK사건이 있었다.

    저는 촛불집회에도 굉장히 부정적인데 수입쇠고기에 대해서도 검증되지 않는 실체 갖고 고도의 정치적 파장 일으킨다.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이런 문제들를 사회학자들이 먼저 분석하고 다음에 이런 것들에 대해 시대적 과제를 공유할 필요있다. 시대적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