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는 9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민주주의와 87년체제' 학술대토론회를 개최해 한국의 민주주의 현실을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통치성을 통해본 한국현대사'라는 주제로 첫번째 발제에 나선 정일준(고려대) 교수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의 국가화나 시장화가 아니고 국가의 통치화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국가의 통치성은 국가의 생존을 가능케하는 것이며 국가가 오늘날과 같이 된 것은 국가 안팎을 규정하는 통치성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정 교수는 87년체제에서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시기뿐만이 아니라 53년체제, 61년체제의 한국사회가 상호연관돼 있으며 전 지구적 관점에서 볼때 자유주의적 시장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봤다.

  • ▲ <span style=민주화운동기념회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민주주의와 87년체제'라는 주제로 학술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왼쪽부터 김부겸(민주당) 원희룡(한나라당) 정일준(고려대) 박명림(연세대) 강인순(경남대) 손호철(서강대) 이병천(강원대) 이영훈(서울대)교수가 참석했다. ⓒ 뉴데일리 " title="▲ 민주화운동기념회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민주주의와 87년체제'라는 주제로 학술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왼쪽부터 김부겸(민주당) 원희룡(한나라당) 정일준(고려대) 박명림(연세대) 강인순(경남대) 손호철(서강대) 이병천(강원대) 이영훈(서울대)교수가 참석했다. ⓒ 뉴데일리 ">
    민주화운동기념회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민주주의와 87년체제'라는 주제로 학술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왼쪽부터 김부겸(민주당) 원희룡(한나라당) 정일준(고려대) 박명림(연세대) 강인순(경남대) 손호철(서강대) 이병천(강원대) 이영훈(서울대)교수가 참석했다. ⓒ 뉴데일리

    '한국체제 논쟁을 다시 생각한다'는 주제로 발제한 손호철 (서강대)교수는 "87년체제는 헌정체제등 일부 부분체제로서의 아직도 의미를 갖고 있지만 한국사회를 총제적으로 규정하는 사회체계로서는 그 의미가 소멸됐고 현재는 97년체제라고 규정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한국 사회체제를 "48년체제(극우반공체제)로부터 개발독재체제인 61년체제, 이의 정치제체(관료적 권위주의내지 종속적 파시즘)를 해체한 87년체제를 거쳐 정치경제체제(발전국가)를 해체한 신자유주의로 대체한 97년체제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정치경제체제의 단절이 없었다는 이유로 61년체제와 97년 체제만이 존재하고 87년체제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는 일부의 견해는 경제환원론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일부에서 08년체제의 등장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명박정부들어 정치적 재권위주의화와 경제체제의 우경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이 97년체제의 특징인 제한적 정치적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벗어난 점이 아니기 때문에 08년 체제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손 교수는 "분단체제의 경우 적대적 분단을 특징으로 하는 48년체제에서 평화공존적 분단을 특징으로 하는 2000년체제를 거쳐 다시 적대적 분단으로 회귀하는 08년 체제로 나가고 있다"며 "정당체제는 좌우 이념정당이 난립했던 45년체제에서 보수정당들만 남은 53년체제(보수정당독점제체),이 보수정당들이 지역정당으로 변모한 87년체제(보수지역정당독점체제)를 거쳐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 이뤄진 현재의 04년체제(보수지역정당우위체제)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 ▲ <span style='한국의 민주주의-온길,선곳,갈길'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 협동과정 교수 ⓒ 뉴데일리 " title="▲ '한국의 민주주의-온길,선곳,갈길'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 협동과정 교수 ⓒ 뉴데일리 ">
    '한국의 민주주의-온길,선곳,갈길'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 협동과정 교수 ⓒ 뉴데일리

    박명림 (연세대)교수는 '한국민주주의의 근본적 문제'를 다섯가지로 요약했다. △ 한국 민주화의 제도적 불완전성, 불안정성 △ 시장만능주의로 인한 사호경제적 이념적 정서적 양극화 △ 한국민주주의의 사회적 경제적 역진현상 △담론적 지적 문화적 헤게모니 현상 및 이의 전사회화-정치화 △경제유일주의, 시장만능주의로 인한 속물화를 꼽았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중의 하나로 '헌정구조의 개혁'을 말했다. 그는 "이제 현행 단임 대통령제는 더 이상 지속돼서도 지속될 수도 없다"며 "한국민주주의는 고사하고 한국의 체제 자체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운 것이 현행 5년단임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지역대표 의원 선거를 실시하며 대통령 임기 중간에 비례대표 의원 선거를 실시해 임기 중간에 중간평가를 결행, 직접 참여와 저항이외에는 임기 내내 평가의 기회가 없는 현재의 선거주기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권력구조로 '4권분립체제'를 지향했다. 그는 "검찰.감사원.국세청.공공거래.금융감독 기구 등 감찰관련 기구의 독립 및 중립화를 통한 감독부의 신설을 통한 입법-사법-행정-감독의 4권 분립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권력 집중으로 인한 여러 악순환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제 근본적으로 손 댈 때가 왔다"며 개헌추진을 주장했다. 원 의원은 "청와대 들어가는 순간 모두 불통이 된다"며 " 5년 뒤엔 국민들이 전 대통령을 괴물 취급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5년 마다 괴물을 뽑으려고 87년에 개헌을 추진한 게 아니잖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토론회는 오후 1시30분부터 6시까지 진행됐으며  이영훈(서울대) 이병천(강원대) 정일준(고려대) 손호철(서강대) 박명림(연세대) 교수,원희룡(한나라당) 김부겸(민주당)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