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그를 잘 모른다."

    '김정운 후계설'이 나온 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1997년 망명)는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황 전 비서는 북한에 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시로 만났을 정도로 정권 핵심부에 있었다. 그런 그도 아는 게 별로 없을 정도로 김정운은 북한 핵심부 안에서조차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한다.

    김정일의 경우 후계자 수업을 받을 때 고위층 자녀만 다닐 수 있는 남산중학교 등에서 어려서부터 공개적인 교우관계를 맺어왔다. 이에 비해 "김정운은 직접 봤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점을 볼 때 특별 개인과외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정보 당국자는 밝혔다. 김정운이 1990년대 후반 친형인 정철(28)과 함께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서 공부한 뒤 귀국해 평양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녔다는 얘기도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한 전문가는 "김일성군사대는 우리로 치면 대위~중령급 가운데 선발된 핵심 군(軍) 간부를 교육하는 곳"이라며 "김정운이 이곳을 다녔어도 특별과외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최고위급 탈북자는 최근 지인들에게 "강석숭(2001년 사망) 노동당 역사연구소장이 김정운을 가르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소장은 북한의 통치 이념인 '주체 사상' 전문가로, 북한 대미 외교를 책임지는 강석주(70) 외무성 제1부부장의 친형이다. 당 역사연구소장은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의 혁명사 등을 연구하며 우상화 작업을 뒷받침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족보(族譜) 공부를 시킨 셈"(정보 당국자)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운의 사생활은 베일에 가려 있지만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몇몇 농구·권투 선수들이 김정운을 가까이서 봤다고 전하고 있다. "김정운이 농구와 복싱을 좋아하자 김 위원장이 아들을 위해 선수들을 관저에 극비리에 불러 경기를 갖도록 했다"(체육인 출신 탈북자)는 것이다.

    평양 '기관차 체육단' 출신 한 탈북자에 따르면 이 체육단과 함께 '4·25체육단' '평양시체육단' 등 주요 체육단에서 키 크고 잘생긴 농구 선수들이 가끔 '1호 행사'(김정일 관련행사)에 뽑혀갔다는 것이다. 그는 '1호 행사'에 갔다 온 친구로부터 "처음에는 장군님(김 위원장)이 농구를 좋아해 간 것으로 알았는데 막상 가 보니 장군님의 아들들이 농구를 좋아해 기쁨조로 들어간 것이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평양시 체육단 출신 탈북자도 "농구 선수들이 40일 정도 김정일 관저에 머물다 스위스산 금시계와 고급전자제품을 선물 받아 돌아왔다. '화선입당'(전쟁 중에 노동당에 입당하는 것과 같은 영광)을 상으로 받고, 김일성종합대학 입학의 특혜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관저에 간 선수들은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이 직접 체육단에 나와 선발했으며, '우뢰' '폭풍' '번개' 같은 이름의 팀을 만들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1호 행사'에 차출됐던 한 선수로부터 "행사 당일 마이크에서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와 존경하는 어머님이 나오신다'는 소개가 나온 뒤 열광적인 박수 속에 김 위원장과 (당시 부인이었던) 고영희가 나왔는데 이들 옆에 어린 두 남자 아이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정철'과 '정운'이라는 이름을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관저 경기를 끝낸 농구 선수들이 받은 선물 중에는 미국 유명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경기 테이프도 들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선수든 관저에서 나올 때는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것을 일절 발설하지 않고, 이를 어길 경우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는 서약서에 열 손가락 전부 지장을 찍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