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출산율이 최근 3년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일본 후생성 발표를 보면, 2005년 역대 최저인 1.26명을 기록한 후 2006년 1.32명, 2007년 1.34명에 이어 2008년 1.37명으로 높아졌다.

    일본의 출산율 추세가 반전한 것인지, 일시적으로 반등했는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를 것이다. 2006년 이후 일본의 경기회복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말 저출산 기획 취재를 위해 일본에 갔을 때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을 선두로 한 일본 기업들의 소자화(少子化·저출산) 극복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일본은 1989년 이른바 출산율 '1.57 쇼크'를 계기로 보육시설 확충과 아동수당 확대 등을 주내용으로 한 엔젤플랜(1995~1999년), 신엔젤플랜(2000~2004년) 등을 해보았지만 출산 감소 추세를 바꾸지 못했다. 그래서 아동·육아응원플랜(2005~2009년)을 내놓으면서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이 '가족 친화적인 기업 만들기'였다.

    게이단렌은 회원사에 근로자들을 일찍 귀가시켜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근로시간을 줄여 일본 남자들이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는 시간을 늘리자는 것이다. 저출산의 원인이 기업에도 있다는 반성에서 나왔다. 정부, 노동계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목표 수치도 마련했다.

    10년 후 주당 노동시간이 60시간 이상인 근로자 비율을 2007년 10.8%에서 절반으로 줄이고, 남성의 가사·육아 참여 시간을 하루 60분에서 서구 선진국 수준인 2시간 30분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0.5% 수준인 일본 남성들의 육아 휴직 사용률을 10년 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일본 기업들은 이에 호응해 출산·육아기에 있는 남녀 직원들을 대상으로 탄력시간 근무제, 재택 근무제, '캥거루 스탭제(육아 중인 직원이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대체 요원을 배치하는 제도), 출산여성의 복직 보장, '퇴근시간 게시제' 등 다양한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년째 고정 지면을 할애해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7년 1.26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떨어졌다. 우리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 출산율은 일본보다 휠씬 심각한 수준인데도 전경련은 아직 '가족 친화적인 기업'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07년 보고서를 보면, 한국 근로자들의 절반(49.5%)은 일주일에 48시간 이상 일해 전 세계에서 페루에 이어 두 번째로 장시간 일하고 있다. 일본 남자들의 가사·육아 분담은 하루 1시간이지만 한국 남자들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32분에 불과하다(통계청 2007년 자료). 지난해 한국 남성 355명이 육아휴직을 이용했다는 수치만 있고,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통계는 만들지도 못하고 있다.

    저출산에 대한 전경련의 관심은 지난해 저소득 불임(不妊)부부 300여쌍을 지원한 것, 올해부터 매년 10개씩 보육시설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기로 한 것 정도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아이는 미래의 생산 주체이기도 하고, 소비의 주체이기도 하다. 인구가 줄면 내수침체로 곧바로 피해가 기업에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업 문화 개선에 전경련이 나서야 중소기업으로 퍼지면서 전반적인 인식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경련의 무관심이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