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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일 새 원내대표들의 상견례를 갖고 6월 임시국회 운영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수사 책임자 처벌, 수사 과정 국정조사, 천신일씨 등 현 정권 관련 인사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등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 요구들을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요구를 국회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못 박지는 않고 있으나, 이것이 풀리지 않으면 국회를 시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안고 있는 부담은 단순히 6월 국회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國民葬) 기간에 여러 형태로 표출된 많은 국민의 추도 움직임은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에만 그치지 않고 현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불만과 요구를 함께 표현한 것이었다. 정부·여당이 이런 불만과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고 풀어나가느냐에 짧게는 6월 정국, 길게는 3년 반 넘게 남은 집권기간의 성패가 좌우될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누가 뭘 잘못했기에 사과하고 처벌하라는 것이냐는 반문(反問)만 곱씹을 것이 아니라, 집권 후 1년여 만에 왜 민심이 이토록 돌아섰는지 스스로 살펴보는 데서 정국 해법의 단초(端初)를 찾아야 한다. 1년 반 전(前) 대선 때 이 대통령은 후보 10명이 완주한 다자(多者) 구도에서 압도적 득표율(48.7%)로 2위 후보와 531만여표 차의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두었다.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그때 득표율의 절반에 불과하다. 새 지지자를 더 만들기는커녕, 자신에게 표를 던졌던 사람들의 절반을 잃으면서 소수파 정권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압도적 지지로 탄생한 정권이 왜 이렇게 기반을 잃으며 소외되고 말았는지 원인을 정확히 집어내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이걸 찾아내 도려내지 못하면 이 정권의 실패는 기정(旣定)사실이 될 것이다. 그 책임을 검찰에서만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정부·여당이 반성할 점이 많다고 해서 야당의 주장이 마냥 옳은 것만도 아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표출된 국민의 대(對)정부 불만을 정략적 디딤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수사 관계자 처벌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려면 민주당 자신은 수사의 어디까지를 인정하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검찰 수사는 애당초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탈세 의혹에 대한 국세청 고발에서 비롯되었다. 민주당도 박 회장의 전방위(全方位) 로비 수사에 처음부터 일정한 선을 그어 수사 범위를 국한했어야 옳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박 회장 돈줄의 한 가닥이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에게 가 닿았음이 드러나기 시작할 무렵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명백한 진위가 밝혀져야 한다.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2005년 10월 30일) 김영삼 전 대통령에 관해 언급하면서 "이전에는 선거 잔금(殘金)을 다 감춰놓고 더 거둬서 사고가 났지만 김 전 대통령은 그 돈을 선뜻 당에 쓰라고 내놓은 것만도 훨씬 다른 것"이라며 "멋진 사람"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인정했듯이 군 출신 대통령에서 민간 출신으로 정권이 넘어오면서 정치풍토와 가치관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랬던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몇백만달러를 받은 사실을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몇천억원씩 받았던 것과 비교하여 생계형(生計型) 부패라고 옹호한다면 민주당은 무슨 가치관을 들고 이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는 모두가 박연차 게이트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거(死去) 사건을 통해 나라의 앞날에 유익한 무슨 정치적 교훈을 얻고 이 사건을 역사의 진전을 위해 의미 있게 마무리짓는 길이 무엇이겠는지, 고심하는 자세로 정국을 풀어나가야 한다.
<6월2일자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