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를 하고 있음이 미국 첩보위성에 포착되었다고 한다. 발사대 설치와 연료 주입 등 준비 시일을 감안하면 6월 중순쯤에는 실제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내주쯤 나올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정과 한·미 정상회담(6월 16일) 전후가 될 것이다. 북한의 ICBM 발사 움직임은 지난 4월 5일 그들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로켓 발사실험을 한 지 두달 만이고,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불과 며칠 만의 일이다.

    북한은 이미 4월 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자위적 조치'로 핵실험과 ICBM 발사실험, 핵연료 생산 등을 예고했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해 추가 제재 준비에 나서자 북한은 5월 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안보리가 더 이상의 도발을 해오는 경우 더 이상의 자위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북한의 4월 5일 로켓은 ICBM의 표준 사거리(射距離)인 5500km에 못 미친 3200km를 날아가다가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북한은 이번에 그 실패를 만회하려 할 것이다. 이번 발사에서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같은 추진체를 쓰더라도 발사 각도와 연료 등을 조정함에 따라 더욱 늘어난 사정거리를 과시할지 모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기지에서 알래스카나 하와이까지 거리는 7400~7600km 정도다.

    물론 완전한 ICBM 능력은 사거리뿐만 아니라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지상 목표 지점을 향해 대기권으로 재돌입할 때 발생하는 고열(高熱)을 탄두가 견딜 수 있게 하는 기술까지 갖춰야 한다. 또 핵미사일의 탄두 무게를 로켓이 지탱할 수 있는 500kg~1t 정도로 소형화해야 한다. 어쨌든 북한은 조만간 미국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 능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포럼에서 "북한이 지역(동북아) 또는 미국의 아무 목표물이나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stand idly by)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당장 군사적 행동으로 나설 계획은 없으며 우선은 외교적 방안들이 선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16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에 더욱 강한 경고를 보내면서 북핵 위협에 노출돼 있는 한국민들의 우려를 다소나마 덜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양국 국방장관의 연례 안보협의회(SCM) 합의에 명시되고 있으므로 정상간 합의라 해서 얼마나 북한에 실질적 압력으로 작용할지 미지수다.

    지금 상황에서 절실한 것은 군사적 응징처럼 한반도 안보 상황을 일거에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북한을 대화에 복귀시키고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포기시키는 데 충분한 효력을 나타낼 수 있는 제재 수단이다. 과거 미국이 마카오의 방코델타 아시아(BDA)은행에 대해 가했던 제재가 북한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잘 설계된 새로운 금융 제재도 적절한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조선일보 6월1일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