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무언가 기어이 일어날 것만 같다. 장례식을 둘러싼 증오와 핏발과 군중심리가 예사롭지 않고, 김정일의 '너 죽고 나 죽고'가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 성냥만 그어대면 1초 사이에 빅 뱅(big bang)이다.

    우리가 그처럼 피하고자 했던 '남-남(南-南) 격돌'과 한반도 아마겟돈(Armagedon)의 악몽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피할 수 있는 잔이라면 정말 피했으면 좋으련만, 그것이 정히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은 하나, 사즉생(死卽生)-그것이다. 상대방이 죽기 한사하고 싸우려 들 때는 그것을 피할 수 없다. 피하려고 달아났다가는, 피하려고 우물쭈물 했다가는, 싸움은 턱밑으로 더 바싹 기어들 것이다. 싸움이 닥치면 그래서, 그것을 냉엄하고 불가피한 현실로서 인정하고 싸움에 결연히 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두고 '노 초이스(no choice)'라 했던가?

     장례식은 상항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만드려는 도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극적인 기폭제로 삼으려는 연출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결정적인 싸움의 국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과연 목숨을 던져 싸우려는 결의와 용기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없다. 적어도 '이명박 式 실용주의' 운운만 봐가지고는 그것을 믿어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침이슬' 공포증과 갈지(之)자 기회주의에서 벗어났다는 징후를 아무 데서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가? 관군이 나서지 못하면 의병이 나설 수밖에 없다. 관군 내부에도 부글부글 속을 끓이고 있는 사람들이 없을 리는 없다. 이들을 분기케 만들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호헌 진영은 감연히 일어서야 한다. 상대방에 비해 호헌 진영은 조직화 하기도 어렵고, 동원하기도 어렵고, 언론 매체의 뒷받침을 받기도 어렵고, 자금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벌충하고도 남는 것이 바로 사즉생의 자세다.

    상대방이 사즉생으로 나오는 마당에는 이쪽도 사즉생으로 나가야 한 판 승부 자체가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결의를 무작정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로 하여금 '사즉생만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깨치도록, 호헌 진영이 사즉생으로 달려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로 하여금 "나라의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한 자신의 일차적인 취임선서를 이행할 수 있도록 다그치고 몰아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싸우는 것을 기피하는 타입이다. 문제의 핵심은 그래서, 이제야말로 한 발만 더 밀려도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판임을 그에게 알리고, 떨어져 죽을 바에야 이판사판으로 대통령 이름 값과 자리 값이라도 하라고 강제해야 한다.

    우리는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린 전직 통령에 이어, 낭떠러지에서 밀려 떨어진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국민장을 또 치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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