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추가 도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그 시기가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 기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군과 정보 당국도 바짝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6월1일과 2일 개최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과)는 2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자기들 입장에서 최적 시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제주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회의 기간 중 도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국제적 관심이 모이는 이 시기에 상당히 위험 수위가 높다고 판단하고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국지적 도발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국제 긴장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라면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는 이 기간이 유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이 한·일 월드컵 기간 동안에 발생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NLL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꾸준히 분쟁지역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에서 얼마든지 군사적 도발을 획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에서의 남북공동어로수역 및 평화수역 설정 논의는 사실상 NLL 무시 정책이었다"고 지적한 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몰면서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국지적인 도발 가능성을 굳이 말하자면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현실적 측면에서 한국 정부를 겨냥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고 현 정부 대북정책 책임론을 몰고 가려고 할 것"이라며 "NLL 지역에서의 도발을 통해 국제적 공론화도 노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모든 상황에 대비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국방부는 28일 "현재 3단계로 돼있는 워치콘(대북 정보 감시 태세, watchcon)을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워치콘이 격상되면 항공정찰과 정보수집 요원을 증강 배치하고 대북 감시태세를 더욱 강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평시 워치콘은 4단계 수준에 있다가 위기가 높아지면 3, 2, 1 단계로 높아진다. 지난 1차 연평해전 당시에도 3단계로 2단계로 조정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한·아세안 회의 시기에 육지와 해상, 공중에서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모든 군사 및 정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이미 전군에 경계태세 강화를 시달한 상태지만 이 기간에 감시전력과 대응전력을 보강하는 한편, 한미연합군도 U-2 고공전략정찰기 정찰횟수를 늘리는 등 북한군 동태를 집중 감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