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28일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미국의 대응방안과 관련, "군사적 행동을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련의 `강제적인(coersive)' 조치를 점증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비(非)군사적인 옵션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다른 방안(군사적 옵션)을 검토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미국의 핵정책'을 주제로 열린 미외교협회(CFR) 주최 토론회에서 "외교적 방법이 여전히 성공할 기회는 있다고 믿지만, 그 외교적 방법은 의미있는 강제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을 때만 성공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페리 전 장관은 1994년 북한 핵위기 당시 국방장관을 지내면서 이른바 `북폭론'을 입안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군사적 옵션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우리가 (군사 옵션을) 선택하기만 했다면 북한의 1차, 2차 핵실험도 저지할 수 있었던 만큼 앞으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군사 옵션을) 검토는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 시절인 2003년에도 북폭이 검토됐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당시는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시켜야 했지만, 지금은 플루토늄이 생산됐고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딘가에 플루토늄이 놓여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2003년의 `강제 옵션(군사 옵션)' 가능성은 없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페리 전 장관은 그러나 "북한에 대한 어떠한 군사옵션도 한국에 즉각적으로 결과가 느껴지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명확한 의견일치가 있어야만 한다"면서 "미국은 (군사옵션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될 동맹과 상당수준의 토론을 거치지 않은 채 군사옵션을 실행에 옮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검토 가능한 강제적 조치와 관련, "그간 우리가 적용해 왔던 제재는 북한 지도부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을 줬다"며 "지금 당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북한 지도부의 `돈거래(금융 제재)'를 중단시켜 지도부에게 타격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내 타격지점을 정확히 알 수 없는데다 금융 제재를 포함한 초보적 단계의 압박 수단이 있는 만큼 북한에 대한 점증적 압박이 먹혀들지 않을 경우에는 최종적 수단으로 군사옵션을 검토해 봐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그는 "워싱턴 일각과 다른 나라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문제가 회자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며 "북한의 위협은 실제상황이고 심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그간 진행돼 왔던 6자회담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6자회담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 북한이 2차례의 핵실험과 6-8개의 핵무기를 제조했다는 점은 성공적인 회담결과로 말할 수 없는 만큼 6자회담 모델로 돌아가는 것은 올바른 모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사실상 6자회담 `무용론'을 주장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 핵의 진정한 위험은 북한이 우리를 겨냥해 핵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데 있는 게 아니라 북한이 핵물질 또는 핵무기를 확산시킨다는 점에 있다"며 "북한 정책을 결정할 때 이런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주는 의미에 대해 "비로소 북한이 핵보유국을 지향한다는 목표가 명확해 졌다"고 밝혔다.

    스코크로프트 전 보좌관은 북한의 핵실험이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미칠 영향과 관련, "만일 버락 오바마 정부가 다른 쪽 뺨마저 북한에 대준다면 이는 이란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나가는데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