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2차 핵실험 도발 이후 국가 안보를 위해 우리도 핵을 갖춰야한다는 '핵주권론' 주장이 다시 일고 있다. 핵주권론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핵 억지력 차원에서 논의 자체에 대해 현실적 의미를 부여하는 측과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면서 국제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으로 의견이 갈린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2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나오는 핵주권론은 외교적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송 소장은 "북핵 폐기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진행된 가운데 중국은 그동안 무성의했던 면이 있다"면서 "핵주권에 대한 논의는 북핵 폐기를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의미가 있으며, 중국이 나선다면 북한도 무작정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쪽은 핵을 갖고 있고 다른 쪽은 그렇지 못하다면 모든 면에서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면서 "핵억지력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 소장은 "북한은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한번도 핵 개발을 중단하거나 포기한 적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면서 "과거 정부를 포함해 전 세계가 북한에 기만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제일주의에 따른 선군정치가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국가 경영 철학"이라며 "북한은 핵만 갖추면 국제사회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고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 한미 원자력협정이 미일 원자력협정에 비해 불평등하며 △ 최근 북한 핵실험 대처과정에서 한미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 일본의 핵무장을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우리도 자위용 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에서 이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반면 주변국과의 공조 문제와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들어 신중히 고려해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기에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 "현실적으로 동맹국인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이유는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개발 의지를 약화하면서 아시아에서의 핵군비 경쟁을 촉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핵주권이라는 말은 곧바로 미국의 핵우산을 벗어나자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핵주권에 대한 논의가 대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는 측면은 있다"고 덧붙였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과)는 "정서상으로는 핵주권을 논할 수 있지만 핵보유 자체가 실제로 상황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며 지적했다. 유 교수는 "핵주권 주장은 한반도 비핵화, 미국의 핵우산,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체제 파기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러한 국제공조를 훼손하기 보다는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면서 북핵 폐기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고히 견지는 가운데 실용적이고 탄력적 대북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의 목표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며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불신과 갈등의 원천이 되는 핵무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상생과 공영의 기회로 채워 나가야 한다"면서 "'비핵·개방 3000 구상'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