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대화 가능성 속 北 '2배 증산' 카드강선·영변·구성 등 다중 농축 거점 구축'속도전' 위한 설비 확충 단계 가능성도한미 원잠 협상 재개 속 '군비통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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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김정은이 지난 3일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7년 만의 방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이 교차하는 시점에 맞춰 '핵물질 생산 능력 2배 증강'을 선언했다. 협상 테이블 자체를 북한 비핵화 논의가 아닌 미북 핵 군비통제 구도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7일 북한 대외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여정은 지난 6일 담화를 내고 북한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그는 최근 미중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에 동의했다는 미국 국무부의 공식 입장과 관련해 "미국의 상투적인 거짓정보 유포 놀음"이라며 "완전한 날조이고 허황한 거짓정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불퇴의 한계선이며 누가 인정하든 말든 엄연한 현실"이라며 "그 누구와도 우리의 핵심주권과 안전에 대하여,가장 신성히 지켜져야 할 국가헌법에 대한 불손한 위헌행위에 대하여 론의하지 않는다는것을 명백히 한다"고 강조했다. 북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김여정 담화를 통해 협상 구도를 비핵화에서 핵 군비통제로 전환하려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가 명시된 셈이다.김정은은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공장을 지난 3일 현지지도하면서 "제8기 당중앙위원회의 직접적인 지도 아래 지난 5년 간의 핵무력 강화 노정을 경과하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은 종전의 2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주재한 핵무력 강화 관련 중요 협의회에서는 "국가 핵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할 앞으로의 방대한 계획 실행의 순차와 그 담보를 확정했다"고 밝히며 중장기 증강 계획이 마련됐음을 시사했다.김정은의 선언은 최근 미·중 정상회담과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가 거듭 확인된 상황에서 '핵보유국 지위의 불가역성'을 수치와 시설 공개를 통해 강조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달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후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는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같은 달 26일 인도 뉴델리에서 채택된 쿼드 외교장관 공동성명도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이틀 뒤인 28일 북한 외무성은 쿼드 성명을 "주권에 대한 간섭"이라며 "비핵화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청와대는 지난 5일 공식 입장을 통해 "북중 간 교류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희망하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 관련 건설적 역할을 해나가길 기대한다"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과 외교 채널을 통해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방북을 북·중·러 밀착 신호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북·중·러 간의 연대로까지 보이지는 않는다"며 "북·중 간의 고위급 교류라고 생각되고 세 나라의 움직임이라고까지 해석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북을 미·중 정상회담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미·중 정상회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지 못한다"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여러 지정학적 이슈가 다뤄졌겠지만 지금의 방북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연구해봐야 한다"고 답했다.다만 시 주석의 방북이 7년 만에 이뤄지는 북중 정상 외교 차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단순한 북중 간 고위급 교류의 연장선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중이 비핵화 공동 목표를 재확인한 직후 북한이 핵 능력 확대를 공개하고 곧이어 북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한국 정부의 신중한 발언 기조가 한반도 안보 구도 재편 논의에서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기 실험처럼 미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방어가 어려운 핵물질 증산·양산 체계라는 전략적으로 가치 있는 카드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점을 비핵화에서 군비통제·위협 감소 방향으로 이동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핵보유국임을 '숫자'로 입증하는 방식으로 이란을 압박하듯 비핵화 패러다임을 강요하려는 시도는 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진단했다.이번 공개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관련 시설을 공식 매체를 통해 드러낸 세 번째 사례다. 2024년 9월 강선 추정 시설, 2025년 1월 영변 또는 제3시설에 이어 다시 한번 우라늄 농축 인프라를 노출한 것이다. 다만 기존 시설의 점검이나 확장을 알리던 종전과 달리 이번에는 신규로 완공돼 가동에 들어간 공장을 처음 선보였다는 점은 다르다. 동행 인사 구성에서도 변화가 포착된다. 2025년 1월에는 핵무기연구소 계열의 홍승무 제1부부장이 수행했지만 이번에는 군수공업부와 핵무기연구소 지도간부가 동행한 것은 무게중심이 '연구·생산'에서 '양산·군수'로 옮겨가는 모양새도 읽힌다.공개된 사진 9장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 외에 SCADA형 공정 미믹 패널을 갖춘 조종실, 공정배관·계장 구역, 박스형 모듈 구역 등이 포함돼 캐스케이드 자체보다는 공정의 자동화·계통화 수준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북핵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연구소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진에 나타난 시설 규모를 28개 캐스케이드, 원심분리기 약 4600기로 추정했지만 사진 판독과 가정에 기반한 외부 추정치라는 점에서 실제 수량과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
-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5월 17일 전군의 사,려단 지휘관들의 회합을 소집하시고 그들을 만나시였다"고 지난달 18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핵능력을 과장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김정은의 '핵능력 2배 달성'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합참) 전략기획부 핵·WMD대응센터에서 복무했던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기존 P-2형 원심분리기와는 외형이 다르고 직경도 다소 커진 것으로 보여 신형으로 판단된다"며 "성능은 개량됐을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농축 성능은 현 단계에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확한 원심분리기 개수와 실제 가동 시간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현재로서는 생산량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은 농축우라늄 증산 생산체계를 완전히 갖춘 상태라기보다는 생산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해 생산설비를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가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농축우라늄 2배 생산은 최종 핵탄두 개수를 단기간에 2배로 늘리겠다는 것보다는 생산 시간을 단축하고 여유분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에 가까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해석은 핵탄두 총량의 극적 증가보다 생산 속도와 유연성을 동시에 높이는 속도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관측과도 맞닿아 있다.시설 위치에 대해서는 영변 핵단지 내 신축 농축건물일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제기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비욘드패러렐의 위성 분석에 따르면 영변 단지 내 강선과 유사한 구조(약 120m×47m)를 가진 신축 농축건물이 2024년 12월 착공돼 2025년 중반 외형이 완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올해 3월 "전력·냉각 설비 규모가 강선 농축시설과 유사하며 내부 설비 작업 중"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4월 방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영변 내 새 농축시설 건설 사실을 재확인했다. 평안북도 구성 또는 미확인 제4시설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지만 위성 분석과 IAEA 발언을 종합하면 영변 내 신축 시설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홍 선임연구위원은 "2021~2025년 국방력발전 5개년 계획 기간에 강선 별관 증설, 영변 농축시설의 저농축→무기급 개조, 영변 신축건물 등 농축 거점·캐스케이드가 누적 가동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즉 단일 시설의 증설이 아니라 복수 거점의 병렬 가동을 통한 핵물질 증산체계가 구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8차 당대회 5개년 계획이 '건설·확장'에 방점을 뒀다면 지난 2월 9차 당대회 체제는 다중 시설의 병렬 가동을 전제로 한 '양산 단계'로의 이행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김정은이 지난 3일 주재한 핵무력 강화 관련 중요협의회에서 등장한 "핵억제력 구축에서 전술 및 전략적 수요 측면들이 전면적으로 고려됐다"는 표현은 단순히 최대한 많이 생산하겠다는 종전 기조에서 나아가 탄두 종류와 투발수단, 소요량을 종합한 소요 분석에 기초해 핵물질 생산 목표를 역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술적 수요는 화성-11 계열 단거리탄도탄, 600mm 초대형방사포, 화살 계열 순항미사일 등에 탑재될 전술핵탄두에서 전략적 수요는 화성-17·18·19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계열에서 발생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5년 1월 기준 북한이 조립 완료된 핵탄두 약 50기를 보유하고 최대 90기에 이를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해 왔다. 현재 추정치만으로도 적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다중 농축 거점의 병렬 가동이 정착될 경우 연간 증산 속도와 핵탄두 양산 능력은 기존 추정을 상회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이 전술·전략 핵전력의 소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생산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한미 간 확장억제 운용과 한국의 억제력 확보 옵션에도 직접적인 제약 조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핵물질 증산과 함께 해군 핵전력 강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김정은이 지난 4일 신형 5000t급 구축함 강건호의 항해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해군 무력을 핵전쟁억제력의 일익을 믿음직하게 담당할 수 있는 역량으로 급속히 장성강화하는 문제는 새로운 5개년 국방발전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과업"이라고 강조했다. 9차 당대회에서 승인한 해군 현대화 5개년 계획에 따른 수중비밀병기 개발·생산과 1만t급 신형 구축함 건조 계획도 언급했다. 지상 핵물질 증산 체계와 해상 핵전력 확장이 같은 날 동시에 진행됐다는 사실은 9차 당대회 체제의 핵무력 강화가 단일 분야가 아닌 전방위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다만 강건호의 핵무장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은 이날 "해군"이 핵전쟁억제력의 일익을 담당한다고 했을 뿐 강건호를 특정하지 않았다. 5000t급 전투함은 생존성 취약, 우발적 핵전쟁 위험, 기존 핵보유국의 전투함 핵무장 전례 부재 등의 이유로 핵투발 플랫폼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낮다. 북한 해군의 실질적 핵전력은 잠수함발탄도미사일(SLBM) 탑재 김군옥함, 건조 중인 핵추진잠수함(SSBN), 수중무인체계 해일 등에서 나온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특히 이번 공개가 이뤄진 시점은 한미의 원자력추진잠수함(핵추진잠수함) 도입 및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한 첫 협의(2~3일) 직후이기도 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안보 협의 문제는 작년에 저희가 마크 루비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협의할 때 새해 들어서 서둘러서 진전시키자고 협의한 바 있다"며 "그 후 여러 이슈가 생겨서 지연됐는데 저희는 여타 이슈와 관련 짓지 않고 안보 협상을 재개하자는 문제 제기를 계속해 왔고 그 결과로 최근 협상 전체가 재개됐다"고 밝혔다. 한국이 억제력 확보를 위한 협상 모멘텀을 어렵사리 복원한 시점에 북한은 이미 가동 중인 대규모 원심분리기를 공개함으로써 한반도 핵 불균형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김정은이 강조하는 "헌법이 부여한 신성한 권능"과 "핵 보유국 지위의 철저한 행사"라는 표현도 비핵화를 협상 의제로 올리려는 시도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북한의 행보는 농축 설비 확충과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동시에 염두에 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모든 공장에 설비가 완비된 단계는 아닌 만큼 일부 시설에서는 새로운 원심분리기 설치가 이어질 수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증산 체계가 갖춰진다면 새로 개발된 핵탄두의 유효성과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핵실험 재개가 다시 선택지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북한은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채 핵전력 증강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통해 협상의 형식은 유지하되 그 출발선을 사실상 '핵보유국 간 군비통제' 구도로 고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이 "이것은 수사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적인 변화이고 성과이며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전환적인 이정표를 세운 역사적 사변으로 된다"고 선언한 것은 단순한 과시성 발언이라기보다는 트럼프 2기 대북 관여 구도가 본격화하기에 앞서 협상의 조건과 범위를 스스로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조건이 공식적으로 수용되느냐와 별개로,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 협상 환경으로 굳어질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한미는 확장억제 운용과 원잠·농축 협상, 군비통제 담론 대응을 아우르는 중장기 전략을 서둘러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