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에게 일정한 대가만 주면 그가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박사학위를 10개 씩 가졌다 해도 머저리나 다름 없다. 김 정일은 핵을 죽기 한사하고 쥐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큰 소리 땅땅 치고 장사를 할 수 있으니까.

    김정일이 해달라는대로 모두 다 해주면 또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다 해주는 것은 대한민국의 벌거숭이화(化)를 의미한다. 김정일이 핵만 포기한다면 우리가 발가벗어도 되는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김정일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관용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는 절대로 관용할 수 없는지, 그 한계선을 명확하게 그어야 한다.

    이 한계선에 관해 한국과 동맹국, 그리고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일치된 공감과 공조체제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김정일이 이 한계를 넘으려 할 경우엔 국제사회의 단호한 응징을 받을 것이란 경고를 해야 한다. 중국 러시아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문명세계 보편의 대응구도와 행동 양식을 도출해 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상을 갖지 않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비해서는 그래도 '脫환상'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式 실용주의'와 '황석영 式 판타지'의 밀월여행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도 환상에서 100% 벗어나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문제는 그의 超정치적, 無철학적, 경제주의적 사고방식의 허상에 있다.

    최고 사령관은 투철한 철학적 원칙을 견지하고서 온 몸을 던져 그 원칙을 지키고 구현하려 해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에겐 그런 자질이 나무나 아쉽다.

    김정일을 상대하는 데는 장사치 주의로는 안 된다. 그는 투철한 정치주의자인데 그를 단지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꼬시려 한다고 해서 그가 과연 꼬셔지겠는가? 그는 스스로 '혁명가'임을 자임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 전쟁도 불사하는 장수라고 자임할 것이다. 그런 그를 이명박 式 '돈 놓고 돈 먹기'가 먹혀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잠꼬대다.

    김정일에 대해서는 그보다 더 강한 우리 나름의 '혁명가적' 자질, 더 무서운 장수의 자질, 다 탁월한 전략가의 자질, 더 투철한 戰士의 자질만이 게임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남한의 웰빙 정치인들을, 그는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알 것이다.
    아마 꼭 어린 애 취급을 할 것만 같다.

    그런 김정일이 히로시마級 핵무기를 쥐었다. 핵도 없는 남한의 경제주의적 웰빙 정치인들과 '실용주의적' 장사치 주의자들이 이 국면을 과연 제대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 도무지 신뢰와 안도가 가질 않으니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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