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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6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 4월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직후 PSI 참여를 발표하려다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정부 내 반론이 제기되면서 발표를 미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PSI 참여 발표에 앞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해 정부 방침을 설명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국제적 지도력을 보여주신 것을 평가한다"고 했다.
북한은 그간 "남한이 PSI에 참여하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해왔다. PSI는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핵과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가 몰래 거래되거나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03년 5월 미국 일본 러시아 등 11개국의 제안으로 출범했고 현재 9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PSI에 참여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또는 관련 부품 등을 실은 북한 선박을 우리 영해(領海) 내에서 강제 정선(停船)시키거나 수색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PSI에 반대하거나 신중론을 펴온 측은 이 경우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위험한 상황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정부는 2004년 체결한 남북해운합의서에도 같은 규정이 있는 만큼 PSI 참여가 추가적인 위험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며 북한의 불법적 무기 거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은 그동안 남한의 PSI 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해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공갈을 늘어놨던 이상 추가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국지적 무력 도발이 벌어질 수 있고 개성공단의 장래도 위험해질 수 있다. 북한의 갖가지 도발적 대응에 대해 정부가 만전의 대비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정부는 당초 "PSI 참여는 대북 정책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했지만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PSI 참여를 발표했다.
정부 스스로 PSI 참여가 대북 제재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정부는 PSI 발표를 놓고도 계속 오락가락했고 이 과정에서 외교부와 통일부가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을 펴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PSI 같은 외교·안보 분야 중대사를 놓고 이런 충돌과 혼선이 빚어진 이유를 제대로 따져서 책임을 가릴 것은 가리고, 또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남한의 PSI 참여' 이후의 대북정책 전반을 재점검해봐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 전체가 대북 제재 분위기 쪽으로 흐르는 상황에선 남북관계 역시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강(强)대 강'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지만 미국과 중국 등은 언제든 대북 대화 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그런 상황이 되풀이됐었다. 정부는 당면한 상황에도 치밀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시야(視野)가 거기에 제한돼서는 오히려 큰 흐름을 놓치고 우리가 소외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5월27일자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