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의 주요국 대사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한·중·일(韓·中·日) 3국 주재 미국 대사가 여러 면에서 뚜렷이 비교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사 인선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주중 대사였다. 그는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존 헌츠먼(Huntsman) 유타주(州)지사를 주중 미국 대사에 지명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걸려 있는 폭넓은 이슈를 고려할 때 중국 대사직은 어느 나라 대사보다도 중요하다"고 했고, "중국과 협조해서 일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21세기의 전 세계적인 도전을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중요성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선택했다는 뜻이었다. 헌츠먼은 훙보페이(洪博培)라는 중국 이름을 갖고 있고 중국과 대만 소녀를 입양할 정도로 친중파(親中派)다. 당연히 중국에서도 호평을 받는다. 헌츠먼 지명자는 또 2012년 공화당의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될 만큼 '중량급'이기도 하다.

    한편 캐슬린 스티븐스(Stephens) 주한 미국 대사는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조지 W 부시(Bush)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오바마 대통령과는 직접적인 인연이 없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의 서울 방문을 성공적으로 조율해 인정을 받았다는 평가다. 또 1970년대 낙후됐던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으로 활동하고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해 한국에서 환영받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처럼 민감한 이슈가 불거질 경우에 대비해 보다 더 정치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일대사에 기업 인수·합병 전문변호사 존 루스(Roos)가 내정됐다는 점에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일본 외무성 관리들은 의아해하거나 심지어 불쾌감까지 표시한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나온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대선 때 거액의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데 크게 기여한 루스에게 보답 차원으로 대사직을 '선물'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주일대사 인선은 독일·영국 주재 미국 대사 인선과도 같은 선상에 있다.

    주 영(駐英) 미국 대사에 내정된 루이 서스먼(Susman)은 올해 71세로 씨티그룹 부회장 출신이다. 그는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모금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또 주독(駐獨) 미국 대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필 머피(Murphy) 역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으로 오바마 캠프의 선거자금 모금에서 큰 활약을 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