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국빈 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소설가 황석영씨(이 대통령 오른쪽).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국빈 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소설가 황석영씨(이 대통령 오른쪽). ⓒ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순방을 수행한 소설가 황석영씨의 발언으로 정치권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황 작가는 분단 이후 작가로서 최초로 북한을 방문한 대표적 진보 성향 논객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13일 이 대통령 수행 중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아스타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위 '진보세력'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황 작가는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독재 타도나 민주화 운동이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도 비정규직이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못 나가고 그저 노동조합주의 정도에서 멈춰 있다" 일침을 가했다.

    황 작가의 '쓴소리'에 민노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 14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하루 아침에 뉴라이트로 전향선언한 것"이라며 펄쩍 뛰었다. 강 대표는 황 작가가 이명박 정부에 큰 틀에서 동참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정말 황 작가가 그런 역할을 한다면 진보에서 뉴라이트로 하루아침에 전향선언을 하는 그런 행보가 아니라 오히려 그런 진보의 입장, 목소리, 역할에서 이명박 정권을 중도 실용적으로 견인하고 끌어내겠다는 역할을 확실하게 밝혀줘야 되지 않느냐"고 강변했다.

    강 대표는 "(황 작가가)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 중도실용주의로 규정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극우 보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지 참으로 궁금할 정도"라며 "황 작가의 쓴소리가 진정성이 없고 전혀 진보스럽지 않다. 오히려 어느날 하루아침에 보수진영으로 회귀해버린 듯한 발언에 마음이 아플 정도"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당원인 진중권씨도 거들었다. 진씨는 이날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황석영, 개그계 데뷔'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을 올리고 황 작가를 맹비난했다. 그는 '아직도 진보세력이 독재 타도나 외치고 있다'는 황 작가의 지적에 "2007년 대선 때 철지난 독재타도를 외치던 사람은 바로 황석영씨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씨는 "기억력이 2초라는 금붕어도 아니고, 세상에 명색이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바로 얼마 전 자신이 했던 언행을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느냐"면서 "욕도 웬만해야 하는 거지 이 정도의 극적인 변신이라면 욕할 가치도 없다"고 거칠게 맞섰다.

    황 작가는 지난 1989년 3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대변인 자격으로 평양축전이 열리던 북한을 방문해 34일 동안 머무르면서 당시 북한주석이었던 김일성 등을 만난 바 있다. 이후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1993년 4월 귀국과 동시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돼 4년 11개월 동안 옥살이 한 전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