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아시아에서 날아오는 그림의 '기묘한 풍경'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당연한 노릇이었을 것".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수행했던 소설가 황석영씨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그는 18일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hkilsan)에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작가는 언제나 사회적 금기를 깨는 자이며 저의 장기가 바로 월경(越境)이기 때문에 행동 자체가 논의의 출발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을 '중도실용'으로 평가했던 황씨는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을 자주 이야기하지만 정부는 대통령의 중도실용을 이념적 우편향으로 해석하고 그에 맞는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를 중도실용이라고 한 것은 이 정부가 말 그대로 중도실용을 구현하기를 바라는 강력한 소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정한 중도실용은 이념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실사구시(實事求是)'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이념적 정쟁으로 집권을 되풀이하게 되면 좌든 우든 준비되지 않은 정부와 정책의 간헐적인 주고 받기가 계속될 뿐이며 양편이 새로운 줄세우기로 5년마다 국력을 허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씨는 "극우보수로 표현되는 한 쪽은 보수라고 부르기보다는 여러가지 면에서 파시즘에 가깝고 오히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가 틀림없는 보수 정부였던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들 십년 간의 두 정부가 보수 정부가 아니라면 어떻게 철저하게 신자유주의적 시장 경제를 신봉할 수가 있었겠으며 중동 파병이나 자유무역협정 따위를 밀여붙였겠느냐"고 주장했다.

    황씨는 "다른 무엇보다도 광주는 내 문학이자 나의 인생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러한 척박한 시대에 진보 정당을 고수하는 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의인들"고 표현하며 자신의 '광주사태' 발언과 민주노동당 비난에 따른 논란 진화에 나섰다. 황씨는 "보수측에서는 좌파가 심은 첩자 또는 '트로이의 목마'라 하고 진보측에서는 '변절'이라고 한다. 남북이 얼어붙고 대립 구도로 정지됐듯 정부와 시민사회가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 "분단체제는 냉혹한 이분법을 낳았다. 나는 그 이분법에서 벗어나 '느슨한' 꿈을 꾸고자 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시민사회는 문화는 없고 진영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분법적인 진영론에 근거한 논리만이 환영받는다는 것"이라며 "한국사회에서 합리적 보수 또는 중도 우파의 숫자가 많아져야 시민사회의 건전한 상식이 설 수 있다고 말하면 황 아무개가 이제부터는 합리적 보수가 되려나보다라고 대번에 나온다"고 지적했다.

    대북정책과 관련, 황씨는 "현정부의 비핵 개방 3000 대북정책은 북의 입장에서 보면 '기분 나쁜 보따리'"라고 비판한 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퍼오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개성공단 위기만 하더라도 구금된 직원 문제와 개성공단의 실무적 현안 문제를 다른 보따리에 꾸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알타이 문화연합'을 역설했다. 황씨는 "지금도 남북한 몽골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나라들과의 연합을 통해 우리의 활로를 열 수 있다"면서 "우리와 역사적 문화적 친연성을 가진 나라들과 공동체를 추진하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과 친하며 러시아 EU 아세안과 연함으로써 주변 강대국들을 자극하지 않는 우회의 구도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거처럼 제국주의 시대가 아닌 이상 정복이나 전쟁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제문화공동체를 구상한다면 우리가 몽골 중앙아시아 등과 '알타이연합'을 이루는 일이 상상만으로 그칠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황씨는 자신의 이명박 정부에 접근한 배경에 대한 일부 의혹 제기에 "혹자는 엉뚱하게 노벨상 스캔들을 들먹거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저는 서구의 잣대로 이루어지는 평가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왔다"면서 "노벨상을 염원하던 분들이 어서 받으셨으면 한다"고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