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석영을 놀게 해? 못놀게 해?

    한국 진보의 퇴행성을 꼬집고 이명박 정권을 '중도실용주의'로 규정하는 등 파격적인 돌출발언을 쏟아내 '변절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표적 '진보' 작가 황석영씨를 놓고 두 논객이 맞붙었다.

  • ▲ 황석영씨
    ▲ 황석영씨

    황씨의 언행이 막힌 남북관계를 풀려는 뜻에서 나온 것이므로 그의 충정을 존중해 그를 '놀게 놔두자'는 윤평중 한신대 교수의 주장에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가 대한민국 상황이 황씨 같은 스타 중독자를 맘껏 놀게 해도 괜찮을 만큼 한가롭운 상황이 아니라고 반론을 제기한 것.

    윤 교수는 18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황석영을 한바탕 놀아보게 하라'는 제목의 시론에서 "민감한 시기에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해 설화를 자초한 황씨의 행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의 말과 문제의식에는 경청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경청할 만한' 황씨 발언으로 '한국 진보와 보수의 낙후성에 대한 지적' '세계사 흐름에 뒤처진 구닥다리 이념대결의 불모성에 대한 반성' 등을 들었다.

    그는 "황석영 논란의 배경에는 한국사회 고질병인 편가르기와 당파성의 관습이 작동한다"면서 "이런 습관화된 진영논리가 입체적 사유와 자유로운 상상력을 갉아먹는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좌파 진영에서 '우리편이라고 믿었던 황씨가 적에게 투항했다'는 극렬한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이어 이벤트성 사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처럼 때로는 현상을 타개하는 이벤트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라며 탤런트 기질이 다분한 황씨를 '백척간두에 선 광대의 심정'으로 '놀게 놔두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의 이런 주장에 류 대우교수는 즉각 반박했다. 류씨는 이날 아침 자신의 홈페이지 '탐미주의 클럽'에 올린 ' <"황석영 놀게 하라"?-No!>라는 게시글에서 "대한민국은 황석영 같은 광대에게 '네 마음대로 해봐라'를 허용했더라면 그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던 나라였기 때문에 황석영식 광대극에는 군중이 그 쪽에 한 눈 팔지 못하게 분명한 반론을 펴야 할 일이지 '네 마음껏 놀아봐라'며 흥을 돋워 줄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류씨는 "그를 처음부터 '그저 그렇고 그런 정도의 인물'로 치부해 온 자유민주 진영은 그의 하이 코미디를 우습게 경멸할지언정 그렇게 심각하게 중요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해방공간이나 6.25 남침때 황씨 같은 '뭐가 뭔지 모를 중도'의 광대놀이 따위가 딴 판을 벌려 제멋대로 놀 수 있었더라면 대한민국 건국도, 9.28 수복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씨는 또 '황석영식 광대놀이'는 중간의 많은 군중을 대한민국으로부터 빼내 그들을 '중립화' 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기 십상이라고 우려했다. "그의 광대놀이가 중간의 많은 군중의 시선을 대한민국 생존 투쟁으로부터 그의 '재미있는' 광시극(狂詩劇)으로 돌려놓아 대한민국을 결과적으로 무주공산이자 '관중 없는 소수파'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류씨는 이어 "한반도와 대한민국 상황은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스타 중독자를 제 맘껏 놀게 해도 괜찮을 만큼 그렇게 여유롭지도 한가롭지도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