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지영 사회복지법인 영산 사무국장. ⓒ 뉴데일리
    ▲ 김지영 사회복지법인 영산 사무국장. ⓒ 뉴데일리

    남보다 조금 나은 형편의 노부부가 있었다. 형편의 기준은 무엇으로 잴 수 있을까?

    모두 어렵고 힘들던 시절, 이들의 기준은 따스한 밥 한 끼였다.

    ‘남보다 조금 나은 형편’의 노부부는 지난 1993년 7월, 그리고 1998년 6월 세상을 떠났다. 다섯 살 터울의 부부는 5년 터울로 각각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

    금슬 남다른 부부여서였을까? 이들은 하나같이 ‘밥 굶는 노인들이 없게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남보다 조금 나은’ 자신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아무 죄 없이 죄스러웠는지 모른다.

    고 공태영-김복희 부부. 이들이 남긴 ‘밥 굶는 노인들이 없게 하라’는 유언은 그들의 여섯 자녀들에게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작고 큰 사랑으로 오늘까지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5월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선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치러졌다. 강남구 노인정보센터 개소식. 기존의 노인복지서비스를 한 걸음 발전시킨 새롭고 다양한 복지서비스 제공 공간이 처음 문을 여는 자리였다.

    한 부부가 참석했다. 지인들이 많은 탓에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은 적었지만 이들에게 이     자리는 오랜 소망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사회복지법인 영산의 공유식 이사장과 김지영 사무국장. 이들 부부는 이날 강남구 노인정보센터의 문을 열게 한 사실상의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밥 굶는 노인들이 없게 하라’는 사랑을 남긴 고 공태영-김복희 부부의 아들과 며느리이기도 하다.

  • ▲ 공유식 사회복지법인 영산 이사장 ⓒ 뉴데일리
    ▲ 공유식 사회복지법인 영산 이사장 ⓒ 뉴데일리

    공유식 이사장은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다. 연세대와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미국 일리노이대 시카고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를 받았다. 김지영 사무국장 역시 같은 일리노이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를 받은 재원이다. 참, 하나 특이한 것이 있다. 김 사무국장은 1998년 귀국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시부모와 남편과 뜻을 함께 하기 위한 결정이다.  지금도 그녀는 사회복지법인 영산 설립 18년째 정말 1원도 안 받는 ‘무보수’ 사무국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즐긴단다. 어르신들은 돌봐드린다는 생각이 아니라 함께 해드린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 사무국장의 시어머니 되시는 고 김복희 여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남보다 조금 아낀 덕에 제 앞가림을 할 수는 있지만 그렇지 못한 형편에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이런 겸손을 김 사무국장은 실천하려 노력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영산은 그동안 다양한 사업을 해왔다. 그들이 시작한 찾아가는 봉사인 실버도우미, 노인돌보미 바우처, 노인일자리 알선 등은 거짓말처럼 정책으로 이뤄져 오늘날 시행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날 문을 연 강남구 노인정보센터는 기존의 복지시설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막연히 찾아가는 서비스가 아니라, 그저 가서 말 한마디 나누고 정작 노인들보다 본인이 기분 좋아 돌아오는 서비스가 아니라 철저하게 대상 노인들을 위해 꾸며져 있다.  학대받는 노인 보호사업, 손-자녀 되어드리기, 옴부즈맨 제도 도입 등. 눈높이를 대상 노인들에게 맞추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는 사업들이다. 이들 부부의 열정과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돈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물려받은 재산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겠다는 부모도, 이를 이해한 여섯 자매도, 그리고 이를 실천한 이들 부부도,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