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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자 강남구노인정보센터 소장 ⓒ 뉴데일리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3시 20분, 강남구 역삼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테이프 커팅 행사가 열렸다. 지나가던 주민들은 걸음 속도를 늦추면서 호기심어린 눈을 돌렸고, 잘려나간 테이프와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나오자 행사 참석자들은 굳게 손을 잡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강남구노인정보센터가 자치단체 최초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서 문을 열었다. 큰 길과는 제법 떨어져있는 주택가에 위치해있기에 바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고품격 도우미센터가 들어섰다는 사실에 지역주민들과 어르신들은 뿌듯함과 든든함을 느끼는 듯 보였다.
센터에 들어가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런 어수선함 속에서도 주민들과 외빈들에게 센터의 주요 활동과 시설 구석구석을 설명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1993년 한 사회복지법인에 취직하여 사회복지 업무와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평생의 업'이 되어버렸다는 이선자 강남구노인정보센터 소장을 만났다. 바쁜 시간을 쪼개야 되고 앉을 자리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어서 부득불 선 채로 마주보며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 센터가 설립된 취지와 그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인가?
그동안 재가노인복지사업이 통합되지 않고 분산되어 어려움이 많았다. 구청 복지과, 복지관, 양로원, 노인센터 등에 노인복지 서비스 관련업무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산되어 있어 상호 크로스체크 기능 없이 서비스의 중복성, 편중성, 사각지대 등이 발생해왔다. 그것을 노인정보센터 한 곳으로 모두 모아 어르신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노인복지 관련 정보 제공, 노인 사회안전망 관리, 학대노인 상담 및 쉼터 제공, 노인 돌보미 파견, 노인 결연 후원, 무료 경로식당 운영 등이 있다.
'정보센터'라고 하니 노인들을 위한 컴퓨터교육을 하는 곳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저 소극적 의미의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계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돌보미를 직접 파견하고 관리하는 것은 물론, 자원봉사팀을 조직하여 관리함으로써 실제적인 혜택과 서비스를 어르신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장 큰 역할은 노인 혹은 노인을 돌보아야하는 가족들의 막막함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있다.
- 센터가 설립되기까지 가장 컸던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노인복지를 담당하는 각 기관들의 이해관계와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힘을 모았고, 구청도 직접 나서서 관련자들을 설득했다.
- 서비스 시험가동 결과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한 협력업체가 개발한 솔루션이 어르신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7시간 동안 어르신의 기척이 없으면 자동으로 센서가 감지하여 비상벨이 울리고, 24시간 모니터링하는 팀이 곧바로 긴급출동 서비스로 연결시켜준다. 상담직원이 주기적으로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한 후 전산에 입력하도록 하는 '밀착형 관리'도 호평을 받고 있다. 서비스를 경험하신 어르신들이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안심하신다.
- 강남구의 재정자립도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는 아닌가?
그렇지 않다. 구청이 지원하는 예산은 그리 크지 않으며, 지방세 등 국고와 서울시 예산도 함께 지원되고 있어 다른 자치단체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다. 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얼마만큼의 의지를 갖고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다. 강남구의 사례가 성공하여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 강남구 아닌 타 지역 거주 노인들로부터 문의가 들어온 적은 없는가?
종종 있다. 최근에는 수원에 거주하는 한 부부가 정읍에 사는 노부모를 위해 돌보미를 파견하고 싶은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문의해와 정읍 내 돌보미센터를 연결시켜주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거주하시는 관할지역 내 돌보미센터가 직접 연락을 드리고 찾아뵙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록 관할지역은 다르더라도 정보 제공과 서비스 연결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도록 직원들에게 항상 주지시키고 있다.
-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들었다. 어떻게 모집하고 관리하는가?
요즘은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비교적 활성화되어 있어서 그 쪽 채널을 많이 활용한다. 자원봉사를 많이 해보신 유경험자들이 많을 뿐아니라 봉사자들간 호흡도 잘 맞는다. 그 중 '해피쿡 봉사단'이라는 한 팀이 있는데 월 1회 30명분의 밑반찬을 함께 만들어 직접 들고간다. 청담동에 사는 주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명절 수준의 음식'이라며 어르신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상당수 주부들이 처음에는 자녀들의 대입 봉사실적 때문에 함께 시작했기에 혹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발길을 끊지 않을까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대부분이 그 후에도 발길을 끊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계속해서 봉사한다. 엄마가 음식을 만들고 아이가 배달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내가 그렇듯이 이분들 또한 "어르신들 웃음을 보며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 하루 일과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직원이 40명 밖에 되지 않지만 도움을 드려야 할 어르신은 700~800명 수준을 훨씬 넘는다. 현재 400명 정도를 도와드리고 있는데 일손이 모자라 직접 실무를 뛰어야 한다.
아침 9시에 출근하면 돌보미들을 대상으로 조회를 실시하며, 어르신들로부터 상담전화를 받으며,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혹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돌보미들이 안부 전화를 드리고, 현장 방문을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리일지가 전산에 입력되어야 비로소 상황이 종료되기 때문에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바쁘고 힘든 가운데에서도 애써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늘 고마움과 죄송함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