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쓰러진 보수단체 회원 ⓒ 뉴데일리
3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70대 할아버지가 쓰러져 있다. 30분 전만 해도 "노무현 구속 수사하라"고 힘차게 외쳤는데 어찌된 일일까. 쓰러진 할아버지 주위로 노랑풍선을 든 노사모와 다른 할아버지들이 모여들면서 고성이 오간다.
이날 오전 11시쯤 보수국민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어버이연합회 등 보수단체 300여명이 대검 앞에 모여 "600만불 받은 노무현 구속하라. 노무현은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국가반역의 죄를 지었다"고 규탄했다. 비슷한 시각 등장한 노사모를 비롯한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하 노사모)은 서초역에서 대검으로 가는 길을 노란 풍선으로 장식하고 '아 너무 보고싶었습니다 그래서 왔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입니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검을 중심으로 노사모는 오른쪽, 보수단체는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경찰은 1500여명을 동원해 양측을 둘러싸며 충돌이 없게끔 미연에 방지했다. 그러나 노사모 일부 회원들은 "노무현 구속수사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있는 보수단체 쪽으로 넘어와 "시끄럽다" "집에가라"고 외쳤다. 욕도 서슴지 않았다. 노사모 회원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돈을 받고 집회에 나왔다고 주장하면서 "일당 됐으니까 이제 가라", "남대문 시장가서 막걸리나 사 처 먹어라"는 등의 말을 거침없이 쏘아댔다.
이에 보수단체도 응수하면서 고성이 오갔으나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싸고 세 겹으로 배치돼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한 보수단체 회원은 "노란 풍선들고 있는 저런 놈들은 뭐냐. 노무현 찬양하는 거냐"며 "저런 얼빠진 얼간이들이 좌파들이다"고 비난했다.
1시쯤 국민행동본부,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가 합류하자 충돌을 더욱 빈번하게 일어났다. 반대편에 도착한 이들은 '대법원 양형기준 5억원 이상 뇌물 징역 9~12년이 기본, 법 적용에는 성역없다 반역이적 부패비리 노무현을 구속 수사하라'는 장문의 현수막을 설치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노사모 회원이 등장해 현수막을 찢고 달아났다. 이에 봉태홍 라이트 코리아 대표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폴리스라인만 지키며 있었던 경찰을 원망했다. 봉 대표는 "(노사모 회원이) 의도적으로 현수막을 거는데 찢었다. 경찰은 질서유지를 하는건지 방관하려는 건지 의심스럽다"며 "현수막 하나 걸려는데 경찰은 막지도 못하냐. 노사모 현수막은 몇갠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 ▲ 30일 대검찰청 앞. 파란색 피켓을 든 보수단체와 노란색 풍선을 든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마찰을 일으키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 뉴데일리
1시 20분쯤, 예정시간보다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가 10분 정도 먼저 도착했다. 버스가 보이자 노사모는 노란 풍선과 꽃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했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노무현 구속하라"며 더욱 크게 소리 질렀다. 버스가 등장하자 흥분한 노사모 일부는 도로로 뛰쳐나왔고 경찰은 황급히 팔짱을 끼고 사슬을 만들어 통제했다.
이날 경찰은 대검 바로 앞 인도와 맞은편 인도에 폴리스라인을 만들고 시민들이 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주는 등 5시간여 동안 시민들의 돌출행동에 대비했다. 그러나 경찰은 친노, 반노 모두에게 미움받았다. 보수단체들은 "경찰은 누구편이냐"며 "노사모가 계속와서 시비거는데 이럴바엔 경찰이 있을 필요가 있느냐"고 항의했다. 노사모는 "저 사람들(보수단체) 불법 집회하는데 왜 해체안시키느냐, 우리한테는 방패로 찍고 하면서 왜 못하느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전직 대통령의 대검 소환이라는 빅뉴스에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좋은 전망을 얻기 위한 사진 기자들은 2.5m 정도 높이의 대검 정문 기둥에 올라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경찰이 "위험하다. 그만 내려오라"고 요구했으나 한 사진 기자는 "보험 많이 들어서 괜찮다. 오히려 죽으면 마누라가 더 좋아할 거다"며 농담으로 받아쳤다.
오후 2시 45분쯤 보수단체는 기자회견 및 집회를 정리하고 해체했다. 이로 친노 반노 간의 마찰은 거의 해소됐다. 그러나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이 남아 노사모와 격한 말다툼을 벌였다. 말다툼 끝에 한 보수단체 회원이 쓰러졌다. 보수단체는 "노사모가 밀었다"고 주장했고 노사모는 "쇼하지 말라"고 되받아쳤다. 그러나 쓰러진 회원이 일어나지 못하자 결국 대검 앞으로 119 대원들과 구급차가 출동했다. 이 과정에서 한 노사모는 "내가 밀지 않았는데 할아버지들이 집으로 가는 날 납치했다"며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주장해 경찰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보수단체는 모두 해체했고 노사모는 자리를 지키며 날이 어두워지자 촛불집회를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