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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4월30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재임 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은 1995년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세 번째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전 8시께 청와대 경호처가 제공한 버스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를 떠나 오후 1시20분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도착했고 곧바로 피의자 신문이 시작돼 10시간만인 오후 11시20분께 끝났다.

    검찰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가족과 측근에게 준 돈의 성격과 용처를 비롯해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이를 알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노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하고 소환 이튿날인 1일 새벽 2시10분께 전날 타고 온 버스를 다시 이용해 봉하마을로 향했다.

    ◇ 버스로 5시간 상경 =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아침 사저에서 나와 문재인, 전해철 변호사 등 측근 인사와 함께 청와대 경호처가 마련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상경길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기 전 노 전 대통령은 취재진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다"며 짧게 사죄의 뜻을 표했다.

    노 전 대통령을 태운 버스는 청와대 경호팀, 경찰의 호위 속에 동창원 나들목을 통과한 뒤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당진-상주간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를 옮겨 타면서 서울로 향했다.

    노 전 대통령 일행은 별다른 돌발상황 없이 순조롭게 상경했고 검찰과 협의한 소환 시각보다 10분 정도 이른 오후 1시20분께 봉하마을 출발 5시간여 만에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포토라인에 선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을 떠나기 전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심경을 밝힌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면목없는 일이죠"라고만 했으며 후속 질문에 "다음에 하시죠"라고 짤막하게 대답하고 나서 대검청사로 들어갔다.

    ◇ 특별조사실서 10시간 신문 = 우병우 대검 중수1과장 등은 오후 1시40분께부터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문 변호사와 전 변호사가 번갈아 입회한 가운데 노 전 대통령에 대해 10시간에 걸쳐 신문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넨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 정 전 비서관이 빼돌린 청와대 예산 12억5천만원으로 나눠 차례로 이들 자금의 인지 시점과 용처에 수사를 집중했다.

    100만 달러는 박 회장이 2007년 6월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으며, 5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지난해 2월 말 조카사위 연철호 씨의 홍콩 계좌에 입금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이 600만 달러를 먼저 요청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이 돈이 박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얻었던 사업상 혜택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고 사실상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오후 4시10분께까지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 및 박 회장과 관계 등을 먼저 조사한 뒤 10분간 휴식하고 곧바로 100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 저녁식사 시간인 오후 6시30분까지 신문을 진행했다.

    500만 달러와 정 전 비서관의 12억5천만원 대해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7시35분께부터 신문이 재개돼 오후 11시20분께 조사가 모두 끝났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100만 달러는 권 여사가 빚을 갚는 데 썼고 500만 달러는 순수한 투자금으로 재임시엔 이 돈거래를 몰랐다면서 검찰 소환 전 해명과 다름없이 혐의를 한결같이 부인하면서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기록과 증거를 신중히 살피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은 자세히 진술하고 불리한 사실관계는 `모른다', `기억이 안난다'며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 盧-朴 대질조사 불발 = 검찰은 600만 달러에 관한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이 박 회장과 어긋나 사실 관계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노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조사를 끝낸 뒤 오후 11시께부터 대질조사를 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수사팀이 수사를 완결하려고 박 회장과 대질을 제안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고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대질신문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오후 10시 기자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이 600만 달러를 먼저 요청했다는 박 회장의 주장과 뒤늦게 알았다는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이 충돌하자 대질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정 전 비서관과 노 전 대통령의 대질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울러 검찰은 박 회장이 2006년 8월 정 전 비서관에게 건넨 3억원 및 미국에 유학 중이던 아들에게 송금한 수십만 달러의 유학 자금 및 생활비와 관련, 권 여사를 재소환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권 여사는 지난 11일 첫 소환조사에서 이 3억원을 자신이 빚을 갚는 데 썼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에서 이 돈을 찾아낸 바 있다.

    ◇ 13시간 만에 귀갓길 = 30일 밤 11시20분께 조사를 마친 노 전 대통령은 이튿날인 1일 새벽 2시께까지 2시간40분 가량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한 뒤 10분 뒤 대검 청사를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최선을 다해 조사를 받았다"는 말을 남기고 바로 전날 봉하마을에서 타고 온 청와대 경호처 버스를 타고 대검청사에 도착한 지 약 13시간 만에 귀갓길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