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7일 국민행동본부 주최 '노무현 구속촉구 국민궐기대회’에 참석한 고엽제전우회원들.  
    ▲ 27일 국민행동본부 주최 '노무현 구속촉구 국민궐기대회’에 참석한 고엽제전우회원들.  

    “노무현을 구속 수사하라!”

    27일 서울 장충체육관 앞은 오후 1시경부터 몰려든 차량과 인파로 인해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각양각색의 차량과 사람들이 서로 뒤섞인 가운데, 유독 질서정연하게 한 줄로 주차돼 있는 차량들이 눈에 띈다. 가까이다가가 살펴보니 ‘고엽제전우회’라는 글씨가 보였다.

    마침 차량에서 내려 장충체육관으로 향하는 전우회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갈하게 다림질한 예비군복을 차려 입은 이들 초로의 노인들에게선 왠지 모를 비장감마저 느껴졌다. 기자는 이들에게 “오늘 이곳에 왜 오셨냐”는 다소 어리석은(?) 질문을 던져봤다.

    그러자 서슴없이 나온 이들의 첫마디는 “반역자 노무현을 구속 수사하라”는 것이었다. 저마다 마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듯 울분을 토해내며 전직 대통령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사법당국이 재임 도중 이적행위를 한 전 대통령을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둘 수가 있냐는 요지였다. 이들을 따라 체육관 입구에 들어서자 국민행동본부에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러분, 서명을 꼭 하고 들어가십시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에 찬성한다는 서명을 독려하는 주최 측 인사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가운데, 자못 진지하게 자신의 소신을 담아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날 행사에 담겨있는 의미와 취지를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가 주최한 이날 ‘노무현 구속촉구 국민궐기대회’는 전국의 보수단체 연합이 총출동, 3천명 이상이 참석한 근래 들어 가장 규모가 큰 민간 집회였다. 숨이 턱 막혀올 정도로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체육관 앞뒤에 걸려있는 ‘휘장’ 역시 이날 행사장의 분위기를 대변 하는 듯 했다.

    “대한민국의 주적 노무현, 구속 수사하라!”
    “노무현은 죽은 모택동 곁에 가서 영원히 살아라!”

  • ▲ 조갑제 대표는 이날 박연차 게이트의 ‘몸통(?)’으로 알려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성역 없는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며 “만일 노무현이 ‘생계형 범죄자’라면 현재 6만여 재소자중 5만명은 풀려나야 정상”이라고 꼬집기도.
    ▲ 조갑제 대표는 이날 박연차 게이트의 ‘몸통(?)’으로 알려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성역 없는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며 “만일 노무현이 ‘생계형 범죄자’라면 현재 6만여 재소자중 5만명은 풀려나야 정상”이라고 꼬집기도.

    대회에 참석한 강연자들의 면면도 대단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을 비롯해 장경순 전 헌정회 회장, 민병돈 전 육군사관학교 교장,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 김성욱 무한전진 대표,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 등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석학들과 우익인사들이 총 망라됐다.

    하지만 저마다 모습은 달라도 이들이 내뱉는 목소리는 단 한 가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 촉구’였다.

    이날 대회에 강연자로 나선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역자’로 규정하고 구속 수사는 물론, 차라리 ‘북송’시켜야 한다는 말도 서슴치 않을 정도로 수위가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독립신문의 신혜식 대표는 “지난 88년 노무현은 국회에서 증언을 하던 전직 대통령을 향해 명패를 집어던졌는데 이제는 노무현에게 명패를 던질 용기 있는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고, 김동길 교수는 “대한민국에 간첩들이 와글와글 있다. 산청군에 강연을 가, 이곳에도 간첩이 있을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강연 후 한 경찰서장이 와서 말하길 ‘진짜 알고 있어도 (간첩을)못잡는다’고 말했다”면서 “그래서 여기에도 아마 간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완용보다 1백배는 더한 매국노’라고 비난한 조갑제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인해 우파가 단결, 좌파세력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노무현은 좌파가 우파에게 보낸 선물”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명박 현 대통령이 “우파가 좌파에게 보낸 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역설, 현 정부에 대한 따가운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편 이날 마지막 강연자로 나서며 결의문까지 낭독한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검찰 출두 시 헬기 이용을 거부한 것을 놓고 “헬기조종사가 당신들 둘이 뛰어내리면 국민들이 가장 좋아할 것이라고 말해 정말로 죽을까봐 못타는 것 아니냐”는 아슬아슬한(?) 농담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