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시대정신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광우병 파동을 재조명하는 '거짓과 광기의 100일' 토론회에가 열렸다. 다음은 '광우병 파동과 허위의식'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재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제문 전문. 

     광우병 파동과 허위의식

    이재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 ▲ 이재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2일 시대정신이 주최한 ' 거짓과 광기의 100일'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이재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2일 시대정신이 주최한 ' 거짓과 광기의 100일'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하고 있다. ⓒ 뉴데일리

    1. 광우병촛불시위발생 1주년을 맞으며

    2008년 5월부터 7월까지 한국사회를 마비시키다시피 했던 촛불시위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어간다. 2008.4.9.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5.2. 여중생들이 주축이 된 청계광장의 집회로 촛불은 온 나라를 달구기 시작했다. 적게는 수천부터 많게는 수십만의 시민이 광화문 일대의 도심에 모여 촛불을 들고 외쳤다. 청와대로 진입하려는 시위대와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 사이에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공방도 있었다.

    그로 인하여 취임한지 석 달도 안 된 대통령은 두 번이나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개각과 대대적인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해야 했다. 원래 대통령의 집권 초기에 할 일이 많겠지만 10년간의 좌파정권에서 우파정권으로 바뀌었으니 할 일이 더 많았을 것임에도 거의 1년간 허송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주된 원인이 광우병촛불사태임은 분명하다.

    현재도 광우병촛불은 진행 중이다. 비록 촛불은 꺼졌지만 아직도 촛불정국은 계속되고 있다. 용산참사가 발생하였을 때 모두들 엄청난 관심을 기울였던 일이 단적인 증거다. 정부·여당은 촛불이 다시 켜지는 게 아닌가 아연 긴장했고, 촛불을 반정부운동으로 몰고 가려던 세력은 다시 촛불을 들 수 있지 않을까 반색했고, 국민들은 제2의 촛불사태를 우려했다. 정부가 용산사태에 별 책임이 없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관철하지 못한 것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국회에서 야당이 햄머와 전기톱을 동원하면서 그렇게 격렬하게 ‘투쟁’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여당이 촛불에 덴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약점을 파고들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된 지금, 당시의 사태에 대하여 원인과 경위, 그리고 결과를 분석하는 白書하나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백서발간에 적극 나서야 마땅할 것 같은데,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그런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말을 들은 바 없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적어도 수천페이지의 백서가 나와야 한다(지금 준비 중이서 곧 발간될 것임에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길 바란다).

    누가 그랬던가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이라고.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니 결국 제2 제3의 광기어린 촛불을 피할 수 있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하긴, 한나라당은 1997년과 2002년 대선 모두 질 수 없는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했다. 1997년 대선에서 국민의 지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병풍으로 상징되는 마타도어에 당하여 패배했음에도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분석을 제대한 한 적이 없다. 1997년대선백서가 발간되었는지 조차 모르겠다. 그러니 2002년 대선에서 김대업의 병풍으로 또 다시 당할 수밖에. 그런데 더욱 비극적인 일은 2002년대선에서 패배하고 백서를 냈는데, 그 백서라는 것이 그저 신문기사를 오려붙인 수준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이다. 같은 수법으로 두 번이나 당하고도 이에 대한 분석조차 없었다. 그러고도 2007년 대선에서는 승리했으니 역시 “智將이 不如 福將”인가?

    2. 전문가의 혹세무민

    광우병촛불사태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진영사고(陣營思考)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내 편에 유리하다면 그 것이 자신의 전문지식과 어긋나더라도 거침없이 주장하는 경향을 진영사고라 부르고 싶다. 예를 들어서 법학자가 “상위법인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하위법인 집시법이 제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국민들이 각자 유리한 주장을 하는 것이야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전문가의 말은 다르다. 전문가의 말은 권위가 있고, 그렇기에 정치적·이념적 이해관계에 따라 전문지식이 왜곡된다면 그 폐해는 심각하다. 시골 할머니가 “화상에는 그저 된장을 바르는 게 최고”라고 주장하더라도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의사가 방송에 나와 버젓이 그런 소리를 한다면 어찌 될까. 광우병 사태에는 전문가들이 “화상에는 된장 운운...”하는 소리를 일삼은 전문가들의 ‘공’이 크다.

    가. 광우병 전문가

    광우병촛불사태의 주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의 왜곡·오류투성이의 정보를 국민들에게 마구 쏟아낸 탓이라 하겠다. 서울대 수의학과의 교수 등 몇몇 전문가들, 그리고 광우병의 위험을 경고한 콤 캘러허의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리처드 로즈의 「죽음의 향연」이라는 책이 전세계적인 광우병사태 당시 광우병에 대하여 정확한 실체가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위험에 경각심을 고취하려는 의도에서 쓰여진 것으로서 저자들이 자신의 예측(우려)과 다르게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밝혔음에도 이를 지적하지 않은 채 방치한 전문가들은 광우병사태의 ‘배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미국산쇠고기가 광우병의 위험이 거의 없고, 광우병사태 당시 거의 패닉상태에까지 이른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도록 국민을 오도한 데 대하여 지금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걸린 위험이 높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렇게 계속 주장하여야 마땅하고, 잘못 알고 있었다면 고백성사라도 해야 한다. 그 게 전문가로서의 책임일 것이다. 지금과 같이 침묵하는 것은 이미 사회적인 발언을 한 전문가로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 사회학자

    광우병사태가 악화된 데에 사회학자들의 책임도 못지 않다. 광우병사태로 “정치학은 지고 사회학이 떴다”고 할 정도로 사회학자들은 광우병사태의 초기에 광우병촛불시위에 대한 분석을 앞다투어 내 놓았다(방송과 신문에서 떠들었다). “때 묻지 않는 세대의 발랄함”이 “일상의 이슈에 의한 정치참여” “10대의 정치적 각성” “여중생들이 사회모순에 눈을 떴다”느니 여중생들의 광우병공포와 촛불을 ‘찬양·고무·격려’하여 선동했다. 어린 소녀들에게 아부한 것이다. 대선과 총선에서 일패도지하고, 패배주의에 빠졌던 좌파를 살려준 것이 너무 고마웠을 터이다. 그게 아니라고, 미국산쇠고기가 그렇게 위험한 게 아니고, 화장품, 생리대로 광우병에 걸린다는 소문은 터무니없는 괴담이라고 타이르고 안심시켜야 할 어른들이 그들의 공포를 부추기고, 그들로 인하여 이명박 정부가 쩔쩔매자 그 열매를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계획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10대 소녀들의 공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10대 여중생들은 “이제 15살 밖에 안 되었는데 죽기는 싫다”고 촛불을 들고 나선 여중생들에게 그 부모 또래의 사회학자들이 할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들의 외침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타일러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이번 광우병촛불시위가 한바탕 축제였다는 주장 역시 무책임하다. 이번의 시위가 통상의 시위와는 양상이 달랐다. 시위 자체가 여중생들로부터 시작된 것이 특이하거니와 시위현장에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적지 눈에 띠었고, 심지어 어린 아기를 실은 유모차까지 등장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시위 구호도 “미친 소, 너나 먹어” “2MB OUT” “명박산성” 등의 재치가 보였고, 시위현장에서 운동가요가 아니라 “곰 세 마리” 같은 동요도 불렸다. 물대포를 맞으면서 “온수”를 외치는 익살도 보였다.

    그런데 축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한 가지 놓치는 점이 있다. 그 것은 87년의 민주항쟁은 민주화되지 아니한 정권을 상대로 민주화를 쟁취하려는 투쟁이었음에 반하여 08년의 촛불시위는 민주화된 정권을 상대로 특정한 정책적 요구(예컨대 쇠고기수입재협상)를 하는 시위에 불과하였다는 점이다. 비록 촛불시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주장도 있었지만 시위참가자든 아니든 (시위꾼 아닌)일반시민들 중에는 그 주장에 무게를 둔 사람은 별로 없었으니 정권퇴진투쟁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니 두 시위의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촛불시위로 인하여 광화문 일대의 상인 수만 명은 석 달간 계속된 시위로 거의 장사를 하지 못하여 생계에 위협을 받았다. 그 액수를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보고서는 5,417억원으로 추산했다. 국가 전체의 피해액은 1조9,228억원에 달하고, 간접비용으로는 공공개혁이 1년 지연될 경우 3조 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리고 정부가 2009년 3월 밝힌 바에 따르면 촛불시위로 모두 1,649명이 사법처리(구속 44명, 불구속 1416명, 즉심 56명, 훈방 72명, 수사 중 62명)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를 가리켜 한바탕 축제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도 하거니와 무책임한 태도다. 우선 시위에 참가하였던 시민의 입장에서도 광우병 시위는 축제가 될 수 없다. PD수첩과 뉴스데스크를 중심으로 한 MBC방송, 광우병대책회의 등은 미국산쇠고기=광우병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이 거의 없고, 더욱이 우리가 수입할 쇠고기는 그 가능성이 훨씬 더 낮았다. 시위대 나아가 국민이 속은 것이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결과적으로 속았고 대선불복세력에 이용당한 셈인데, 그렇게 속아서 참여한 집회·시위가 웃고 떠드는 분위기였다 하여 축제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 정치학자

    “시장만능주의에 맞서는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로서 프랑스 6·8혁명을 능가하는 “세계적 사건”(부산대 유재건)이요, 4·19의거와 5·18광주항쟁 그리고 1987년 6월항쟁을 잇는 “2008 촛불항쟁”(한신대 김상곤)이다. 나아가 촛불시위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을 구현한 “직접민주주의의 발현”이고, 정당정치의 한계를 넘어선 “거리의 민주주의”(성공회대 이남주)로서 주말집회로 정례화하고 “촛불회의”로 제도화하여야 할 운동(한신대 김종엽)이다.

    이들은 지금도 미국산쇠고기=광우병이라는 등식을 믿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아니면 그 등식이 성립하든 하지 않든, “촛불은 위대하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라. 법률전문가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선언과 저항권을 연결시켜 마치 국민의 의사에 따르지 않는 정부를 뒤엎을 수 있는 것이 저항권이라고 선동한 법률전문가의 책임은 무겁다.

    저항권이란 헌법침해 즉, 공권력이 민주적 기본질서와 기본권보장체계를 무너뜨려 헌법 자체를 침해하는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이에 대응하여 헌법의 완전붕괴를 저지하기 위하여 최후에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헌법침해는 헌법적 질서(자유민주주의, 인간의 존엄, 기본권보장 등)에 대한 전면적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지 개별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부가 수입하려는 미국산쇠고기로 인하여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을 받더라도 이는 국민의 생명권이라는 개별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지 헌법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위험이 매우 높은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강행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헌법침해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권이라는 개별적인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저항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야간시위나 미신고집회가 불법시위라는 지적에 대하여 시위대들 사이에서 집시법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하위법인 집시법이 제한할 수는 없다”는 법률가의 주장을 근거로 코웃음쳤다. 모든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다고 헌법(제37조제2항)에 명시되어 있는데, 이를 모를 리 없는 법률전문가가 상위법 하위법이라는 형식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법률을 무시하라는 선동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경찰관이 범법자를 체포하였다가 변호사에 의하여 오히려 납치범으로 ‘체포’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남대문서의 오모 경위가 코리아나호텔에서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김모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가 오히려 납치범으로 ‘체포’된 일이 있다. 김 씨가 체포된 직후 시위대를 향해 “잡혔다"고 소리를 지르자 시위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오 경위를 에워 싼 채 “왜 사람을 납치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오 경위는 자신이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혔지만 시위대는 오 경위를 차에서 끌어내 마구 폭행했고 그 와중에 체포됐던 김 씨는 달아났다. 잠시 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가 현장에 도착하여 시위대와 오 경위 양측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뒤, 정황상 오 경위가 불법체포감금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고는 오 경위를 납치범으로 ‘체포’하여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신병을 넘겼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가 오 경위를 납치범이라고 ‘체포’한 것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 당시 흥분한 시위대의 분위기에 휩쓸렸다 하더라도 법률전문가의 행위라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마. 언론

    언론의 왜곡보도 자체야 새삼 거론할 것도 없고, 여기서는 진영사고에 기초한 보도의 한 예를 살펴보자. 시위대가 2008.8.11. 경찰에 염산병을 투척한 사건에 대하여 한겨레신문의 보도(2008.8.12.자)는 흥미롭다. 아래는 그 기사 전문. 진영사고에 의한 사실․왜곡보도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경찰이 촛불집회 참가자가 염산을 경찰 쪽에 던졌다며 수사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수사전담반까지 꾸려 용의자 추적에 나섰으나, 현장에 있던 집회 참가자 등은 “염산 투척은 터무니없다”며 되레 의심을 던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9일 밤 명동성당 앞에서 벌어진 촛불집회에서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염산이 든 드링크병 5개를 던졌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당시 병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흰 연기와 메탄가스 같은 냄새가 났다”며 “병 조각과 노란 액체가 든 비닐봉지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 감정을 맡긴 결과, 병 속 액체는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힐 수 있는 농도 5.2%의 염산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 병을 가까이에서 목격했다는 안아무개(37)씨는 “시큼한 식초 냄새가 심하게 났지만 흰 연기는 보이지 않았다”며 “현장 취재 중이던 기자들도 염산이 들었다는 병을 집었지만 화상을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서 병 투척 상황을 봤다는 진보신당 <칼라티브이> 앵커 이명선씨는 “경찰이 수거해 가던 병 조각을 나도 맨손으로 집었지만 액체 성분은 느낄 수 없었으며 화상도 입지 않았다”며 “경찰은 두세 시간이 지난 다음날 새벽에야 병 조각을 빈 플라스틱 음료수 용기 등을 이용해 수거해 갔는데, 용기 등도 훼손되지 않았고 맨손으로 가져간 경찰도 당시엔 화상을 입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염산을 던진 용의자를 추적하겠다며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수사전담반을 꾸렸다.

    이 사건은 법원에 의하여 유죄판결이 났다. 광우병시위 중 기소된 사람 중 실형을 선고받은 5명은 모두 경찰에 염산병을 던진 사람들이었다. 단순한 유죄판결이 아니라 거의 유일한 실형은 바로 이 사건에서 선고된 것이다. 그런데 한겨레신문의 초기보도를 보면, 마치 경찰이 염산병테러사건을 조작한 듯한 느낌이 들 만한 내용이다.

    3. 결 어

    약 100일간 광우병시위가 벌어졌고, 이는 불법시위였을 뿐만 아니라 폭력시위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불법시위자에 대한 체포보다는 시위대의 행동반경을 제한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시위의 규모와 위법정도에 비하여 체포·수사·기소된 인원은 매우 적은편이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구속기소자들 가운데 법원에 의하여 응분의 처벌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 2009년 3월 17일 현재 44명의 구속자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6명에 불과하다.

    5명은 모두 경찰에게 염산병을 던지고 쇠구슬을 쏘았을 뿐만 아니라 조직적으로 흉기를 준비하고 행동한 사람들이고 보면, 징역10월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머지 1명은 보급소직원 겸 신문사의 취재기자인데, 경찰이 여학생을 살해하였다는 악의적인 소문을 사진까지 조작하여 인터넷에 퍼뜨린 사람이다.

    그리고 구속자 중 23명은 벌금 또는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는데, 행위와 결과에 비추어 볼 때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A씨(44세, 노동)의 경우를 보자.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버스에 올라가 진압봉을 휘두르고, 쇠파이프를 휘둘러 경찰관 2명에게 2주의 상처를 가하였는데, 법원은 폭력벌금전과 몇 번 외에는 큰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B씨(52세, 노조간부)는 경찰의 현행범인 체포에 저항하면서 경찰관을 폭행하여 상해를 가하고, 경찰서 유치장 화장실문을 뜯는 등 공용물건을 손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전과로 여러 번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 그런데 판결문은 “국민전체의 관심이 집중된 국가적 현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하는 의도에서 시위에 참가하게 되었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피해회복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하여 석방한다고 한다. 피해회복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말은 피해자와 합의도 안 되었다는 말이다. 그 외에 2008년 7월 26일 종로 보신각에서 의경 2명을 납치하여 윗옷을 벗기고 집단폭행하여 2주간의 상해를 입혀 충격을 주었던 범인으로 구속된 4명도 벌금2명, 집행유예 2명으로 전부 석방되었다.

    나머지 15명은 대부분 보석으로 석방되어 아직 1심 재판이 계속 중인데, 법원이 집시법의 야간시위금지 조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을 하면서 재판을 중단하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특히 이들은 한국진보연대 소속 오종렬·한상렬 대표, 참여연대 소속 박원석·안진걸씨, 이명박탄핵연대의 백은종씨 등 광우병대책회의 소속 재야인사들이고, 이들 중 일부는 석방된 후 용산철거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판결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민전체의 관심이 집중된 국가적 현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의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경찰관을 공격한 행위는 그런 의도로 정당화될 수 없다. 경찰이 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적도 없다. 청와대나 정부종합청사로 진입하려는 시도 등을 막았을 뿐이므로 시위공간을 확보하려고 경찰에 저항했다는 변명도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법원이 온정주의에 치우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법원의 시위에 대한 온정주의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그 도가 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이 불법폭력시위에 대하여 온정 일변도인 이상 이 사회에서 불법시위가 사라지길 기대할 수는 없다.

    광우병사태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던 점 중의 하나가 우리 사회의 비합리성이다. 원래 대중이 합리적인 존재는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 정도가 좀 심하다. 당시 시위에 참가한 국민을 비롯한 상당수의 국민들은 현실적인 광우병 위험성에 대하여 철저하게 귀를 막고 위험이 제로(0)가 아니면 위험한 것 아니냐는,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미국쇠고기=광우병 위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수입하겠다고 나선다고 믿었다. 미국은 쇠고기의 97%를 자국민이 소비하고, 극히 일부인 3%를 수출하므로. 『미국쇠고기=광우병 위험』이라면 미국정부가 이를 방치할 리가 없고, 또한 속된 말로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흉기를 외국에 수출할 리가 없다는 극히 상식적인 발상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배운 녀자’라는 말이 유행하였듯이 오히려 배운 사람들이 불합리한 믿음에 더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그리고 지엽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우리 국민의 자연주의적 경향도 광우병사태의 바탕에 깔려 있는 듯하다. 자연산 광어와 양식 광어는 그 맛에 있어서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이를 구별해내지도 못하면서 2-3배의 가격을 주고 자연산을 찾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자연주의적 경향이다. 노자의 無爲를 숭상하는 전통 탓인지도 모르겠고, 자연산 산삼과 재배한 인삼의 효능이 천지차이라는 사실 탓인지도 모르겠다. 먹을거리에 대한 어떠한 인위적인 조작을 혐오하는 경향이 강하다.

    “채식동물인 소에게 육식을 시켰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렸고, 인간광우병은 그렇게 자연을 거슬린 징벌이다”는 주장은 우리의 자연주의적 경향을 자극했다. 광우병 자체가 자연의 섭리를 위배하여 발생한 혐오스러운 질병이기 때문에 그러한 병의 가능성이 1억분의 1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쇠고기라도 절대로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도그마가 나온 것은 아닐까?

    아울러 광우병사태를 통하여 우리 국민의 대세추종주의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씁쓰레 하다. 20몇년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인은 들쥐와 같다”는 발언으로 한국인의 공분을 산 적이 있는데, 그 공분을 머쓱하게 만든 게 이 번 광우병 사태였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어떤 영화가 좋다면 반드시 쫓아가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기질, 주변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하였다니 나도 참가해야만 될 것 같아 덩달아 참가하는 경향을 이제는 털어낼 때가 된 듯도 싶은데,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은 괜한 것일까 모르겠다.

    광우병촛불시위의 생성과 성장, 그리고 소멸과정을 보면, 태풍의 그 것과 닮았다. 열대지방 바다의 한 곳에서 작은 수증기 소용돌이가 시작되자(어쩌면 작은 나비의 날개 짓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몰려있던 고온의 수증기 몰려들어 소용돌이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서서히 이동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 덩어리인 수증기를 끌어모아 태풍으로 탄생하여 북동진하다가 한반도나 일본열도에 상륙하여 수증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세력이 약화되고 동해나 북태평양으로 진출할 때 쯤 온대성 저기압으로 소멸하는 태풍의 일생과 광우병촛불시위는 매우 흡사했다.

    광우병촛불시위는 우리사회를 강타한 하나의 태풍이었다. 우연과 필연이 뒤엉켜 발생하여 한반도를 덮쳐 대한민국을 거의 석 달간 마비시킨 거대한 태풍이었다. 반드시 올 것도 아니었는데 대한민국을 엄습했고, 그리고 곧 사라졌다. 촛불시위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작년 말에 민주당이 국회에서 그렇게 강력하게 한나라당의 법안통과를 저지할 수 있었고, 용산참사가 발생하자마자 이를 촛불로 재점화하려는 시도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광우병촛불시위는 태풍과도 같은 일진광풍으로 이제 그 후유증만 남았다.

    광우병시위에 참가하여 미국산쇠고기가 수입되면 10년 후에는 우리 국민 대다수가 광우병에 걸려 죽을 것 같이 외치던 그 사람들이 지금은 조용하다. 미국산쇠고기는 광우병 쇠고기인데 (반민주적인) 이명박 정부가 수입을 강행하지만 이를 저지할 힘이 없어서 숨죽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정보로 인하여 잘못알고 시위에 참가하였으나 이제 보니 오해였다고 쑥스러워하고 있는지, 아무런 말이 없다. 당시 시위에 열렬하게 참가하였던 사람에게 미국산 쇠고기문제를 꺼내보았더니 화제를 돌릴 뿐 언급을 회피한다.

    만약, 아직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행동이라도 해야 마땅하고, 오해였다고 생각한다면 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채 침묵하는 것은 한 동안 나라를 들었다 놓은 사람으로서 비겁한 일이다.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광우병촛불사태와 같은 광란의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 할 때 그 출발은 광우병시위에 적극 참가하였던 사람들이 스스로 책임지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